“시대에 맞는 청년농부 육성… 위기의 한국농업 살리겠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인 농업이 흔들리고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마을이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 농업을 살리기 위해 청년농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청년농부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과 지원책을 내놓으며 젊은 농업인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선도 제57대 경기도4-H연합회 회장(33)도 4-H운동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청년농업인 육성의 표준모델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청년농부들이 국민 먹을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젊은 세대에게 다소 낯선 4-H는 명석한 머리(Head), 충성스런 마음(Heart), 부지런한 손(Hands), 건강한 몸(Health)의 네 가지 이념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智)ㆍ덕(德)ㆍ노(勞)ㆍ체(體)로 번역해 이를 생활화함으로써 인격을 쌓고, 농심을 배양하며 창조적 미래세대로 성장토록 하는 청년 교육 운동으로 발전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위기의 대한민국 농업을 살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김선도 회장. 영농2세로 포천에서 15만 수 규모의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며 어엿한 ‘청년농부’로 자리매김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경기도4-H연합회 제57대 회장으로 취임을 축하한다. 소감은.
A 당선되자마자 경기도4-H연합회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뒤돌아봤다. 72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도4-H연합회는 선배님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조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깊게 새겼다. 72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정통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청년농부들의 대표로서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말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거운 자리인 것을 잘 알고 있다. 믿어주고 지지를 해주신 마음에 보답하고자 경기도 청년농부들을 대변하는 리더가 되겠다. 또한 회원들이 강요보다는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경기도4-H연합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올해 경기도4-H연합회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A 경기도 청년농업정책토론회를 개최해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함께 경기도 농업에 대해서 토론하고 싶다. 많은 정치인께서 청년이 미래이고 농업이 미래라고 하신다. 현장에 있는 청년농부들의 목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다. 경기도4-H연합회에서는 경기도 농업의 현실과 각 지역의 문제점들을 전달하고 해결방안, 기대효과 등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그 문제점들은 사전에 농업전문가, 법률전문가의 컨설팅 등을 받아 전문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세상은 변화했다. 이게 잘못됐으니 이거 고쳐 달라는 게 아니라 이런 문제점이 있으니 이렇게 하면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역사를 뒤돌아봐도 31운동부터 혁명, 혁신에 우리 청년들이 앞장서서 역사를 바꾸고 대변해 왔다. 농업 또한 우리 청년농부들이 뜻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팜 선진농장 견학, 농업 봉사활동 등 4-H 정신을 계승하고 시ㆍ군 연합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겠다.
Q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과제나 목표가 있다면.
A 경기도4-H연합회 하면 경기도 청년농부 대표단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사실 경기도에서 많은 청년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4-H연합회를 잘 모르는 분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4H연합회의 홍보가 가장 중요하며, 회원들이 노력하는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정보공유 네트워크 구축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다. 먼저 도내 작물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현지 상황과 시세 등 서로 정보 교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함께 농업전문교육뿐만 아니라 마케팅, 유튜브 교육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
Q 농업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A 군 전역 후인 23살 때 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때 유년시절부터 산란계업에 종사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농장 일을 하며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문지식이 없었지만 무턱대고 하루 1~2시간 잠을 자며 부모님께 일을 배웠다. 수년이 흘러 농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을 때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수산대학을 입학했다. 대학에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농업에 종사하는 선ㆍ후배를 만났다. 그들 덕분에 농업에 대한 메리트는 느꼈지만 확신은 갖지 못했다. 농업에 대한 비전을 찾기 위해 대학 동기와 전국의 선진농장을 찾아 나섰다. 농장 대표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동수단을 트랙터로 선택했다. 한 달 동안 2천㎞를 달려 전국 팔도 25개 선진농장을 찾아다녔다. 이른 새벽부터 농장 일을 직접 배워봤고, 일과 후에는 인터뷰 방식으로 대표들의 성공스토리를 들으며 비전을 확인했다. 복귀 후에는 토크쇼 등을 개최해 학우들에게 우리가 배운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당시 각기 다른 농장 대표들의 스토리를 듣고 비전을 찾아 현재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Q 청년농부로의 삶은 어떠한가.
A 일이 많고, 고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농부는 비전이 있고 희소가치가 크다. 남들과 똑같이 먹고, 놀고, 즐기다 보면 농업으로 성공할 수 없다. 농업은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되돌아온다. 앞으로 청년농부들이 대한민국의 먹을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있는 청년농부들을 보면 열정이 대단하다. 봄, 여름, 가을에는 농작물을 키우고 겨울에는 끊임없이 배움이란 지식을 키우고 있다. 낮에는 농작물에 정성을 쏟고 있고, 밤에는 농업지식뿐만 아니라 자기개발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불철주야 노력하는 청년농부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이제는 농사만 짓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농업에도 과학이 필요하고 CEO 마인드가 필요하다. 우리 청년농부들은 스펀지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행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농장을 브랜드화 시키거나, 자신들이 브랜드화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청년농부에게 많은 지원과 관심을 두어줬으면 좋겠다.
Q 청년농업인 육성과 관련해 경기도4-H연합회의 역할은.
A 경기도4-H연합회는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청년지도자 육성을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해 작목별 교육과 세무, 부동산,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농업전문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농업도 중요하지만 농장의 대표가 되려면 리더십이 필요하다. 카네기교육과 스피치 등 자기개발은 물론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고, 봉사, 후원, 재능기부 등을 통해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
Q 경기도4-H연합회원과 청년농업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농장 일만 하다 보니 대한민국 농업이 어떠한지,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경기도4H연합회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특히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고, 농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힘을 모을수록 더 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 농업은 점점 규모화되고 있으며, 수입농산물과 각종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다면 반드시 변화시키고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열 걸음 걷는 것보다 회원들과 함께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경기도4-H연합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대담=김창학 경제부장
정리=홍완식기자 / 사진=전형민기자
4-H란?
4-H는 명석한 머리(Head), 충성스런 마음(Heart), 부지런한 손(Hands), 건강한 몸(Health)의 네 가지 이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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