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값이 10% 떨어지면 임대인의 1.5%는 예·적금을 깨고 추가 대출을 받아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방의 소형아파트를 보유한 이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9일 한국은행은 ‘최근 전세 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보증금 관련 리스크를 점검한 결과
우리나라 지방 전세가격이 2017년 4월부터 하락세를 보여 올해 2월까지 2.6%P 내렸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세가격은 2017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1%P 내렸으며 경기·인천·서울 등은 올해 들어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보증금 3억 원 미만 전세아파트가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라면서 “지방의 소형아파트를 보유한 30대가 가장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2월 기준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3억1천만 원, 지방은 1억5천만 원이며 전국 평균은 2억3천만 원 수준이다.
한은은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하지만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 값이 10% 하락하면 전체 임대 가구의 1.5%인 3만2천 가구는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6년간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한 반면, 임대가구의 금융부채는 연평균 7.4% 증가했다.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 금융자산 처분, 금융기관 차입으로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 비중이 14.8%로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59.1%는 금융자산 처분으로, 26.1%는 금융자산 처분에 금융기관 차입을 하면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임대인의 재무 건전성, 임차인의 전세대출 건전성을 고려하면 전세 값 조정에 따른 금융 시스템 위험은 아직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임대 가구 중에선 고소득(소득 상위 40%)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64.1%였고 실물자산도 가구당 8억 원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 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약화하고 있어 우려는 여전하다. 2012년 3월∼작년 3월 임대 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올랐지만 금융자산은 3.2%만 늘어났다. 차입이나 갭 투자로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금융부채, 실물자산은 증가했지만 유동성과 관련 있는 금융자산은 대폭 증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대 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3월 78.0%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 값이 큰 폭 하락한 지역 또는 부채 레버리지가 높은 임대 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위험 증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면서 “전세 매매시장 위축, 금융기관 대출 건전성 저하, 보증기관 신용리스크 증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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