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보(洑) 해체는 긁어 부스럼?

중앙청이라고 불리 우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철거를 시작, 1996년 11월 완전 철거됐다. 일본 잔재 지우기.

그 건물이 지닌 역사성과 건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철거를 반대하는 소리도 국내외에 있었으나 ‘일제 잔재’를 지우고 민족 자존심을 찾는 대의명분으로 철거는 강행됐다.

사실 이곳에서 1948년 5월10일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는 제헌국회가, 그리고 그해 8월15일 정부수립선포식이 열리는 등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민족의 자존심 찾기’라는 더 큰 명분 때문에 중앙청 철거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이 결정을 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사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도 6ㆍ25 수복직후 중앙청 건물의 해체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 기술이 감당할 수가 없어 취소됐다. 미군부대에서 기중기까지 빌려 중앙청 철탑부터 손을 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철거기술과 장비가 크게 발전하여 이제는 해체 못할 건물이나 시설물이 없다고 한다. 최근 들어 환경부 4대강 조사ㆍ평가기획위원회는 금강, 영산강 3개 보를 896억 원을 들여 해체키로 했는데 세종보도 대상이 됐다.

세종보를 해체키로 한 것은 생태계와 수질개선 그리고 639억 원의 경제적 이득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데 세종보 해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첫째는 세종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상관없이 이미 노무현 대통령 때 세종시의 친수 공간 확보를 위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세종시에는 우리나라 인공호수중 제일 큰 세종 호수 공원이 있다.

축구장 62배의 크기에 수상 무대, 다양한 수생식물과 생태습지가 있는 물꽃선 등 세종시가 자랑하는 명품중의 명품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로서 세종시 도시품격을 갖추기 위해 이와 같은 친수공간을 만들었는데 이 호수를 유지하기 위해 인근 양화취수장에서 1일 2만6천700톤의 물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세종보가 해체되면 당장 용수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호수는 실개천처럼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 5월에 완공될 국립 세종수목원 역시 1일 1천600톤의 용수가 필요한데 이것을 어떻게 확보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있다. 상류에 1천억 원을 들여 건설하는 ‘금강 보행대교’는 존재 가치가 소멸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개천 같은 물위에 초현대적인 보행교가 너무 어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물 없는 도시는 사막과 같다.

이래서 세종보 해체는 적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성을 이유로 들지만 전국 유일의 도심 속에 자리 잡은 호수공원과 세계적 명물이 될 금강 보행대교, 그리고 국립 수목원 등이 갖는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성질이 아니잖은가?

물론 세종시는 이와 같은 용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수장 확보 등 필요한 대책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그러니 강을 다스리는 문제는 겨우 2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고 밀어 붙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미리 답을 정해 놓고 절차만 밟았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종시 ‘친수 공간’ 문제는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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