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한 마디가 불러온 후폭풍이 거세다. 이른바 '김학의 사건'이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박 후보자의 법사위원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터진 점을 거론하며 책임을 묻자 "제가 황교안 법무장관을 따로 뵙자고 해서 김 전 차관의 동영상이 담긴 CD를 보여줬고, 차관에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김학의 사건'과 연관돼 거론되자 논란은 곧 확대됐다. 청문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박 후보자는 "영상을 봤을 때 김 전 차관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가능했다. 그 영상을 저만 본 게 아니라 박지원 의원도 봤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그러나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13년 3월 김 전 차관 임명 당시 경찰 고위관계자로부터 CD 동영상, 사진 등을 받아 박 후보자와 공유했다"면서도 "박 후보자가 황 대표한테 얘기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썼다. 박 후보자 측은 이후 :황교안 당시 장관에게 영상을 보여준 것이 아니고, CD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며 발언 일부를 정정했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말을 바꿨다. 당시 박영선 의원이 전화를 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김학의 사건을) 알고 있다고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영상을 봤냐?"는 물음에는 "(김 전 차관 임명전인) 3월경 경찰 고위 간부가 CD, 동영상, 녹음테이프 사진을 주며 '검찰이 잘 안해준다. 법사위에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한 마디로 논란의 중심에 선 황교안 대표는 "턱도 없는 소리. 난 당시 김학의 차관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 (김학의 사건 관련) CD를 본 적은 없다"며 "난 연루된 게 없다. 임명 직후에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 본인에게 물어보니까 '그런 일 없다'고 했다.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황 대표는 결코 CD를 본 적도 없고, 관련된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 본인(박 후보자)이 받는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해명과 솔직히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리"라고 비판하면서 "인사청문회조차 정쟁과 모략, 제1야당 대표 음해의 장으로 변모시키려는 수작이 참담한 지경이다. 국민을 상대로 소설을 쓰고, 기가 찬 쇼를 벌이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황 대표가 김학의 사건을 확실하게 인지했다는 정황이 또 드러났다"며 "지난 2013년 6월 17일 법사위 속기록과 국회방송 동영상에 황 대표가 김학의 동영상을 알았다는 기록들이 있다. 그런데 황 대표는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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