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공장 설립 안건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신설과 관련,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에 신청한 산업단지 특별배정 요청안이 15일 실무위원회를 거쳐 26일 본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수도권정비위에 심의를 요청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공장 4개를 건설하기 위해 산업부에 수도권 산업단지 조성 지원을 요청했다.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과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반도체 제조와 설계 등을 맡을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면 수도권 진입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성장관리권역에선 산업단지 총량을 규제하는데 정부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추가로 배정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공장 신설 허용은 문재인 정부의 첫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사업의 효율성보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무게를 둔 정부가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려면 클러스터가 수도권에 들어서야 한다”는 SK하이닉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경제 성장이 벽에 부딪혔고 고용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 수도권 규제를 속도있게 풀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정부 발표 직후 “공장 터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해 4개의 팹(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50개 이상의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와 함께 클러스터를 조성해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부지 조성에 착공, 2024년 공장이 완공된다. 정부는 신규 일자리 1만7천명, 부가가치 188조 원 창출이 기대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에 차질이 없도록 남은 절차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경기도와 용인시도 공장의 원활한 설립을 위해 인허가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행정절차 등을 신속 지원해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조성이 완료되는 2025년이면 기존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와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내년 3월 가동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기 라인, SK하이닉스 이천 M16까지 합쳐 최대 19개 생산라인이 갖춰진 ‘세계적 반도체 클러스터’가 탄생하게 된다. 일자리가 늘고 경제 회생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한국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수도권 규제를 푼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SK 용인공장 신설 허용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풀어 파주에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견될 만하다. 균형발전이란 ‘정치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논리’에 힘을 실었다는 점은 박수를 받을만 하다. 규제를 풀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고꾸라진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규제개혁도 속도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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