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이용성 정치부장 ylees@kyeonggi.com
기자페이지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미세먼지 정책 주력”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으로 우뚝 설 경기도, 든든히 뒷받침하겠습니다” 경기도 공무원의 ‘인간 교과서’로 불리는 남자가 있다. 경기도(경제부지사, 행정2부지사)와 중앙(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기획조정실장)을 가리지 않는 화려한 이력, 원칙을 강조하는 청렴ㆍ정직의 자세 때문이다. ‘관리형 행정가’의 대표 주자, 김희겸 제34대 경기도 행정1부지사(54)가 그 주인공이다. 각종 정책을 휘몰아치면서 안정감이 요구된 민선 7기 이재명호(號)가 출범 한 달 만에 김 부지사를 호출한 지 8개월이 흘렀다. 김 부지사가 민선 7기 경기도 발전을 위한 중책으로 합류한 것도 일반 행정, 안전 관리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일자리ㆍ미세먼지 등 각종 현안이 도청에 산적한 현재, 김 부지사를 만나 경기 공직자의 마음가짐 및 주요 현안을 들어봤다.

Q 중앙(행정안전부)에서 중책을 수행하고 지난해 경기도로 복귀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간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A 경기도 행정에 안정감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안정감은 리스크(위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실ㆍ국장을 비롯한 직원에게 제일 다그쳤던 내용이 ‘안 좋은 부분을 이야기하라’였다. 보통의 공무원들은 ‘A, B, C 등 3개가 있습니다’라고 정책 결정권자에게 보고한다. 이는 이재명 도지사를 비롯한 정책 결정권자의 올바른 정책 집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올바른 도정, 이를 통한 경기도 발전과 도민 행복을 위해 공직자는 ‘A에는 어떤 장단점이, B에는 어떤 장단점이, C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어서 현 상황으로 A가 제일 적절합니다’라고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설령 결정권자가 A 말고 B를 선택했더라도 문제점을 인지한 만큼 행정에서의 안정은 최소한 담보된 셈이다.

이 같은 안정감을 강조하는 가운데 관리형 행정가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지내왔다. 그 일환으로 공무원의 3가지 요건을 수시로 강조했다. 우선 능력이다. 본인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실력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건강한 자존심은 흔들리지 않는 업무 추진력으로 발휘된다. 이어 기본적인 인격도 중요하고, 1천300만 도민을 바라보며 일하는 사명감도 갖춰야 한다. 공무원은 민간 영역과 다르다.

Q 경기도 행정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로서 실ㆍ국장 회의 때 일자리, 미세먼지, 기록물 등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 관련, 어떠한 것들이 아쉬웠는지.

A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신규 사업의 발굴, 도민 피부로 와 닿는 미세먼지 대책, 미래 행정을 위한 기록물 관리 미흡 등을 지적했다. 일자리부터 보면 민선 7기는 ‘혁신이 넘치는 공정한 경제’ 구현을 위해 행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된 사업을 넘어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새로운 사업을 적극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체납관리단, 행복마을관리소 운영 등 기존정책뿐만 아니라 공정이 지켜지고 다수에게 유용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지속 제공하겠다.

이와 함께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하면서 도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지만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하다. 이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농도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주문했다. 각 실ㆍ국에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는 가운데 어린이ㆍ어르신 등 건강 취약계층 건강보호를 위해 예비비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하려고 한다. 학교ㆍ학원가 등 어린이 건강보호를 위한 살수차 집중 운행, 시내버스 정류장 미세먼지 정화장치 설치 등도 구상 중이다. 또 미세먼지 관련 위반기업은 도의 자금지원, 신용보증 제외 등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겠다.

끝으로 가장 강력하게 지시한 내용이 백서 작성이다. 중요 의사결정과정에서 과거 주요사례나 실ㆍ국 주요사업들에 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이 부분이 미흡하다. 이에 △주요 사업 △갈등 과제 △재난 등 3개 부문에 대해 배경, 과정, 문제점, 봉합 과정, 효과 등을 정리한 백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백서 제작과 스마트형 지식창고 형태의 시스템 구축을 약속, 도민에게 더 수준 높은 행정을 선보이려고 한다.

Q 실·국장 회의와 함께 부단체장 회의도 직접 주재하고 있다. 과거 부단체장을 경험했던 만큼 도와 시군 간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아실 텐데 민선 7기 경기도와 시·군 간 협치 방안은 어떤 것인지.

A 일방통행이 아닌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겠다. 도와 시ㆍ군이 긴밀히 협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화의 장도 많이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구성된 도-시ㆍ군 정책협력위원회가 있다. 지난 1월 첫 회의도 개최하면서 주요 정책 수립이나 집행 방안을 논의하고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상설 정책협의체로 조성하려고 한다.

부단체장 회의에서도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매월 부시장ㆍ부군수들과 정부 정책과 주요 도정을 공유하고, 시ㆍ군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듣지 못한 의견은 도와 시ㆍ군 자치행정국장으로 구성된 경기행정발전협의회, 기획부서장들로 구성된 도-시ㆍ군 정책기획부서협의회 등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정 부문에서는 재정발전협의회가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도가 준비 중인 사업이 시ㆍ군의 협조 없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제1차 재정발전협의회에서 2019년도 주요 도비 보조사업에 대한 시ㆍ군 의견이 실제로 반영됐다. 산후조리비 지원사업, 청년배당, 지방세 체납자 실태조사 지원사업의 도비 보조율이 협의회를 거쳐 10~20%p 올라갔다. 앞으로도 2020년 본예산 등 시ㆍ군 재정부담 사업 등에 대해 적극 협의하면서 함께 상생하는 파트너로 남겠다.

Q 중앙부처의 재난관리실장을 역임한 부지사의 지휘 속에서 ‘안전한 경기도’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안전 경기도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 있다면.

A 안전 업무의 사전 예방정책을 강화하려고 한다. 재난 발생 후 신속한 대응ㆍ수습ㆍ복구뿐만 아니라 예방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보면 평소의 안전점검과 관리를 위해 도민과 함께 국가안전대진단을 추진하고, 매년 190개소 이상 안전점검을 목표로 도내 생활주변 소규모 재난 취약시설에 대한 무료 안전점검을 지원하겠다. 안전특별점검단을 운영해 재난 취약시설물 안전사고 예방을 강화, 도내 취약시설물 및 다중이용시설물에 대한 점검활동을 이어가겠다. 이어 도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과 함께 재난 발생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도 확산하겠다.

도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2018년 지역안전지수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민선 7기 조직개편(지난해 10월) 때 행정1부지사 직속으로 안전관리실을 배치했으며, 경기북부지역을 관할하는 북부재난안전과 신설 및 민생(공정)특별사법경찰단을 제시하는 등 ‘안전한 경기도 구축’에 방점을 찍어왔다. 앞으로도 더욱 세밀한 예방점검을 통해 재난을 최소화하겠다.

Q ‘인간 김희겸’으로서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직원과 가족에게 항상 미안하다. 언론과 조직에서 좋은 평을 받는다고 하지만 직원과 가족에게는 마음 한쪽에 짐이 쌓여 있다. 원칙을 강조하는 저의 성향 때문이다.

직원들을 자주 격려하려고 한다. 그러나 5분도 못 쉬는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직원들과 소통, 스킨십이 적어져 아쉽다. 이 때문에 효율성을 더 챙기려고 한다. 대면 회의보다는 영상 회의를 진행, 직원들의 시간을 아낀다. 단순 보고보다는 쌍방향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직접적인 소통은 점심 시간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고생하는 부서와 식사 후 샌드위치, 과일을 함께 먹는 시간이 소중하다. 축산이나 해외투자 등 힘든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미안한 사람은 아내다. 지난해 휴가를 못 갔을 정도로 (집 안에) 신경을 못 써줬다. 하지만 아내는 ‘당신은 경기도, 국가를 신경 써라. (집안일은) 내가 김밥장사라도 하겠다’라고 말을 건네주면서 큰 힘을 줬다. 집안뿐만 아니라 경기도 공무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사명감, 성실, 원칙을 중시하는 공직자로 남고 싶다.

대담=이용성 정치부장 / 정리=김규태여승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