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4월 단상(斷想)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dskim@kyeonggi.com
기자페이지

시간의 흐름 속에 계절은 또 그렇게 지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세상이다.

필자에 있어 북수원 지지대 고갯길은 특별하다. 지난 십수년간 일터를 오가며 지켜본 그 길이다. 지금은 시계(市界)이자 짧고 나지막한 길로 변해 있다. 하지만, 때론 멀고 가파르게 느낄 때도 한두 번이 아닌 곳이다. 父(사도세자)와 母(혜경궁 홍씨)에 대한 정조대왕의 끝없는 그리움의 그 길처럼 말이다.

지지대는 그만의 사계(四季)를 품고 있다.

뙤약볕과 함께 저만치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는 여름,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면 고갯길 주변과 산야는 단풍이 지천이다. 풍경은 마치 오색 물감을 허공에 뿌린듯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런 가을을 넘어 겨울이 됐고 봄이 찾아왔다. 어느덧 4월이다. 지지대는 풋풋한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언제 겨울이었나 싶다. 저 멀리 남쪽에는 벚꽃 만발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오늘 지지대 길은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왠지 벚꽃과 일본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올해는 3ㆍ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과거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게 한다. 속칭 ‘조센징’과 ‘쪽바리’, 영화에서 흔하게 회자되는 속어다. 예나 지금이나 가깝지만 먼 나라다. 이는 비단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듯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날까지 달라진 게 없다. 반대로 그네들(일본) 또한 특별히 변화의 징조가 없어 보인다.

최근 의미 있는 행렬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수원에서 열린 ‘유관순 열사 정신선양 대행진’이다. 재한 일본인 스스로 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애국ㆍ평화사상을 기리는 행사다. 나아가 소원해진 한일관계 복원이란 염원도 담았다. 행사를 주도한 이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들(다문화 가정 등)이다. 인근 화성, 평택 등 도내 곳곳에서 500여 명이 참가했다 한다. 이들의 외침은 자신들이 태어난 일본을 향했다. 하지만, 주는 메시지가 더 컸던 하루였다. 그들은 우리의 편이 돼 모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시선은 딴판이었다. 한국 생활의 고충보다 이날의 상처가 더 컸을 듯하다. 오늘 지지대 고갯길이 멀어 보인다. 반성의 길로 느껴지는 이유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