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림프종 투병하던 20대 근로자 사망… 서울반도체, 산재 취소 소송 논란

유가족·인권단체들 강한 반발에 사망 후 이틀 지나 취하
사측 “안전성 알리기 위한 것… 유해물질 직접 취급 없어”

안산 소재 서울반도체(주)가 산업재해(악성 림프종)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끝내 숨진 20대 여성 근로자에 관련,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업체는 이런 사실에 분개한 유가족과 인권단체들이 강한 반발로 뒤늦게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반도체 및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안산 소재 서울반도체에 입사해 재직중이던 L씨(28)는 희귀병인 악성 림프종이 발병,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8일 오후 11시40분께 끝내 사망했다.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의미의 이름을 갖고 있는 L씨는 지난 2011년부터 반도체 관련 업계에 종사를 하다 2015년 5월 서울반도체에 입사한 뒤 2017년 9월 악성 림프종(역형성 대세포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L씨는 이후 항암치료를 받고 치료가 된 듯 했으나 지난해 9월 또다시 림프종이 재발, 지난 8일 사망했다.

L씨는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아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서울반도체 측은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노동부의 산재인정 처리절차 변경에 따라 역학조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L씨의 산재를 승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 1월 산재인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은 L씨 유가족과 인권 단체들이 취하 하지 않을 경우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강한 반발에 부딪혀 사망후 이틀이 지난 10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단체 반올림은 “서울반도체 측은 고인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이나 보호조치를 제공하지 않은 채 주야 2교대로 12시간씩 일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직업병에 고통 받고 있던 L씨에게 소송을 제기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큰 충격을 주는 등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반도체 측은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소송은 취하했지만 작업장 어디에서도 유해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공정이 없다”며 “실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작업환경조사에서도 벤젠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많은 근로자들이 불안해 할 것으로 판단 작업장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직원은 주당 평균 51.2 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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