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학기부터 실시되는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부담에 시ㆍ도교육청들이 비상이 걸렸다. 고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부가 재원의 절반을 교육청이 분담토록 하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성급하게 시행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은 2학기 고3부터 시작된다. 내년에는 2~3학년, 2021년엔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예산은 올해는 교육청이, 내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 고교 무상교육이 너무 급하게 추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적용 대상이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고3부터라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앞서 중학교 무상교육은 전면 실시까지 20년간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사회적·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을 우선 지원토록 한 ‘도서벽지교육진흥법’에 근거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은 지역이나 환경이 아닌 학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정부가 고3부터 실시하는 것에 일부 야당에선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에 동의, 법이 통과되면 현 고3이 내년 총선에서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고교 무상교육 완성을 위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당장 올해 2학기 예산(3천856억 원)을 교육청이 떠안아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학기에만 795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내년부터 2024년까지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47.5%씩 분담한다. 나머지는 지자체 부담이다. 내년에는 1조3천882억 원, 2021년에는 1조9천951억 원이 소요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전 학년 고교 무상교육에 4천866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긴박할 때 투입하는 임시예산인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무상교육은 일단 시행하면 지속돼야 하는데 5년 시한부 예산 편성은 땜질 처방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청들은 매년 1조원 가까운 재원을 어찌 마련할 지 난감해 한다. 당초 예상치(30%)를 넘어 절반을 부담하라 하니 반발이 거세다. 무상교육 생색은 정부가 내고 절반의 부담은 교육청에 떠넘기니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무상교육 재원을 놓고 중앙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이 갈등을 빚어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까 우려된다.
무상교육 예산의 교육청 부담이 커지면 학교 기본운영비가 감축돼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매년 2조 예산이 드는 만큼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청 분담율을 줄이고, 지방교육재정교부율도 인상하는 등 실효성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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