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대북특사 검토
비핵화 해법 중재안 주목
김정은 “회담 용의” 발언
트럼프 “동의” 즉각 화답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공고히 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도록 중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전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달렸다”고 언급한 것 역시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 등을 요구한 것이어서 4차 남북정상회담을 구상 중인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북미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맡게 될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유연한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한편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핵(核) 협상장에 나오게 할 ‘다음 수’가 긴요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은 귀국 후인 13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메시지 등을 고려, 대북특사 파견 계획 등을 포함해 향후 대응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하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됐지만,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한번 정상회담을 열고 결실을 맺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서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아래 비범한 성장, 경제 성공, 부(富)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그러고 나서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것을 지켜보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이 때문에 남·북한 간 이뤄지는 대화의 연속성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3월과 9월에 각각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특사로 북한을 다녀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대북특사로 파견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한편 특사 파견 시기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강조한 만큼 비교적 이른 시기에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보낼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남북정상회담이 다음 달 실시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다음 달 26~28일 혹은 6월28~29일에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한미가 의견을 교환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해인·정금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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