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가 급한데… 응급환자 인계 ‘의사 서명’ 갈등

119 “출동 밀렸는데 하세월” vs 병원 “환자 최종 책임 신중해야”
매년 응급의료협의회 열고 협조 공문 보내도 문제점 개선 안 돼
전문가 “매뉴얼 기능적·소통적 보완… 상호 조정·협력 강화해야”

환자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 공조 중인 소방과 의료기관이 환자 인계 시 필요한 ‘의사 서명’을 두고 응급 사고 현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소방 측은 또 다른 구조 활동을 위해 신속한 환자 인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의료기관 측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일정 시간 소요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1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18조에 따라 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의사에게 인계하는 경우 현장 대원은 구급활동일지에 환자를 인계받은 의사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런 조치가 이뤄진 후에 구급대원은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를 두고 소방 측은 의사의 서명이 보다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의사의 서명을 받기 위해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 해 다음 현장으로의 이동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일 밤 11시6분 A 소방서는 관내에서 발생한 탈장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소방서 측에 따르면 당시 한산한 응급실 상황에도 불구, 환자를 인계하고 의사 서명을 받기까지 30여 분의 시간이 지체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환자를 인계했다는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의사들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며 “현장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발이 묶이다 보니 또 다른 응급 상황출동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지역 소방서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산하 일선 소방서들은 매년 2차례 응급의료협의회를 개최해 환자 인계 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고 수시로 병원 측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환자를 인수받으면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해 성급한 환자 인계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도내 B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인수인계를 완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의 시간 소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소방과 의료진의 갈등에 대해 홍성기 동남보건대학교 응급의료안전교육센터장은 “응급의료진과 구급대원은 상호 협력적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했을 때 원활한 응급의료체계가 가능하다”며 “환자 인계 매뉴얼에 대한 기능적ㆍ소통적 보완을 통해 상호 조정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은ㆍ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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