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 발굴장비 '대북반출' 유엔승인…북한 반응 관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고려시대 궁궐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개성 만월대에 대한 남북 공동발굴 작업에 사용되는 우리측 장비의 대북 반출을 승인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개성 만월대의 남북 공동발굴사업 장비 반입과 관련한 대북제재 적용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공동 발굴 및 유물 보존·복원에 필요한 물자 반출 등을 남북 간 협력을 통해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북반출 장비의 구체적인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굴삭기나 지게차, 크레인 등 발굴 작업에 필요한 기계류 장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변인은 반출 장비에 대해 “굴삭기나 트럭 등의 장비가 반출될 예정”이라며 “공동 발굴과 유물 보존 및 복원에 필요한 장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월대 공동 발굴 사업의 일정 등 북측과의 협의 사항에 대해서는 “필요한 절차를 북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워킹그룹 회의에서 만월대 공동발굴을 위한 조사 장비의 대북반출 관련 제재를 면제하기로 합의한 뒤 유엔 면제 절차를 진행해왔다. 당시 워킹그룹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장비에 대한 제재 면제 결정도 이뤄졌다.

2007년부터 시작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조사는 현재까지 8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남북간 대표적인 사회문화 교류사업이지만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2010년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로 중단됐다가 2011년 11월 재개됐으나 바로 다음 달인 12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다시 멈춰 섰다. 2014년 7월 어렵사리 재개됐으나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오랫동안 중단됐다가 지난해 10~12월 8차 조사가 진행됐다.

이번 제재면제로 다시 만월대 공동발굴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교류협력 사업을 위한 접촉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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