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얇아진 지갑… 늘어나는 ‘황혼 알바’

연금 등 노후대비 제기능 못해
도내 50대 이상 알바 지원자 수
1년 사이 1만2천100여명 증가

과거 국내 굴지의 A 전자에 근무했던 K씨(62ㆍ여).

25년 동안 회사에 종사하며 받은 고액의 연봉. 거기에 커리어 우먼이라는 사회적 인식까지,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인생은 말 그대로 ‘장밋빛’ 인생으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회사를 퇴직한 후 3년의 시간 동안 그녀의 삶은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다.

편한 노후 대신 생계를 위해 선택한 마트 알바. 그녀에게 지급되는 연금 등 노후 생활 수단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년의 나이에 하루 8시간 동안 서서 진행되는 마트 알바에 온 몸이 쑤시지만 별 다른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K씨는 “나이는 들었고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손을 빌릴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늦깎이 나이에 아르바이트 전선에 합류하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인생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 대비를 위해 들어 놓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정부 지원이 최소 노후생활비에 턱없이 못 미치며 소위 중장년층의 ‘황혼 알바’ 지원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알바천국에 따르면 경기도 내 50대 이상 알바 지원자 수는 지난 2017년 1만3천177명에서 지난해 2만988명으로 1만2천117명(62.7%)이 증가했다. 올해(3월 기준) 역시 벌써 8천871명의 중장년층들이 알바에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이 노후대비를 위해 준비해 놓은 연금저축 등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연금저축 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 가입자들이 받은 월평균 연금수령액은 26만 원에 불과했다. 국민연금과 받은 돈을 합쳐도 61만 원 수준에 그치며 1인 가구 최소 노후생활비(104만 원)을 크게 밑돌았다.

김욱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이 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있어도 중장년층 위한 프로그램이나 제도들이 미약해 자신들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나서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 청년, 노인뿐만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복지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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