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신상 공개’ 경찰청마다 들쑥날쑥

경찰·외부전문가 심의로 결정… 잔인·공익성 잣대 차이
“범죄 계획·연쇄 피해 등 객관적 기준 필요” 목소리 고조

최근 경남 경찰이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 사건을 저지른 안인득(42)의 신상 공개를 결정한 가운데,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는 지방경찰청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범죄자 신상 공개 판단 기준이 ‘지방청 재량’에 달려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일각에선 객관적이고 명확한 신상 공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은 각각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범죄 사건 피의자에 대한 신상(성명ㆍ나이ㆍ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심의위원들은 경찰 3명과 외부전문가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외부전문가는 사건 성격에 따라 정신과 의사ㆍ변호사ㆍ종교인ㆍ여성단체 대표ㆍ교수 등으로 매번 달라진다.

심의위원회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현행법을 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는지 ▲국민의 알권리 등 공익에 부합하는지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지 등을 고려해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의 흉악범죄가 벌어져도 지방청별, 심의위원회별 구성원이 사건마다 다르다 보니 잔인성ㆍ공익성을 바라보는 잣대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컨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만 해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34)의 정보를 ‘공공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한 반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법이 정비(2009년)된 이후 신상 공개를 할 만큼의 강력 사건이 없다고 보고 올해까지 단 한 차례의 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범죄 계획 기간, 연쇄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한 일정 기준을 세워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범죄심리학회 소속 한 자문위원은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기준이 만들어지면 오히려 정신질환 피의자에 대한 보호 기준이 생긴다든지,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보호망이 갖춰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사회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객관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상황 및 인물에 따라 ‘신상 공개’를 두고 주관이 섞일 수 있다”면서 “다만 특정 신상 공개 기준이 명문화되면 당사자나 가족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우를 범할 수 있어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은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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