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면-세컨> 적발ㆍ고소 대신 교육과 계도로 무장한 경기도교육청 사립유치원 감사…“원장님들이 달라지고 있어요”
“감사라면 치를 떨며 무조건 거부하던 원장님들이 이제는 질문하고 먼저 감사받겠다고 해요”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방식과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 과도한 자료요구, 고소ㆍ고발 등 처벌 위주의 감사에서 탈피해 지도·감독 위주 감사에 계도와 교육이 더해진 예방 및 해결형 감사방식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무조건 감사 회피, 자료제출 거부로 일관하던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요즘에는 예산편성 및 집행에 대해 질문하고 교육과정 운영 등에 대해 교육을 요청하고 심지어 사립유치원 원장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자정그래프’가 상승하고 있다.
29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도내 사립유치원 1천69개원(2018년 9.1 기준) 중 이미 감사를 실시한 124개원을 제외한 나머지 945개원에 대해 2년간 전수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50%인 473개원을, 2020년에는 나머지 472개원을 실시 예정이다.
전수 감사에는 사립유치원 감사전담인 공공감사단(37명)과 시민감사관(15명) 등을 비롯해 감사관실 총 109명의 직원이 투입됐다. 이들은 ‘소통ㆍ공감하고 배려하는 감사’ 문화 조성을 목표로 ▲불필요한 만큼 친절하자 ▲기계적인 감사 지양 ▲감사기법 및 감사처분 양정 등 정보 공유활성화 ▲적극행정 면책제도 활성화 등을 현장에서 적극 반영하고 있다.
감사관실 직원 A씨는 “올해 현재 본청 공공감사단이 192개원, 기존 종합감사팀이 96개를 담당하고 6개 권역 교육지원청에서 185개 유치원의 2016~2018년 3개년도에 대해 1개 유치원 당 5일씩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지만 감사 준비 단계부터 감사가 끝날 때까지 피감기관과 충분히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긍정적 변화들이 차츰차츰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감사현장에선 청심환을 먹고 감사를 받던 원장들이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1년 후 먼저 감사 받겠다”고 손드는 원장도 등장했다. 또 “지금까지 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주고 교육해주는 감사는 처음이다”, “몰라서 실수하고 놓쳤던 부분들을 정확하게 알게 됐다” 등의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직원 B씨는 “일각에선 사립유치원 감사가 느슨해진 거 아니냐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립유치원의 예산편성 및 집행 실태 등 회계 분야를 중점 점검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 회계처리 등 의도적인 횡령여부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하는 등 사립유치원의 재정지원 확대에 따른 특정감사 강도는 변함없다. 단 실적을 위한 감사, 개선 없는 감사는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감사 기간 동안 양질의 감사를 위해 직원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때로는 식사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하면서 야근과 주말 근무는 밥 먹듯 한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유치원 폐원하겠다고 하시던 원장님들이 감사를 받고 나서 유치원 운영에 대한 방향과 공공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고 또 유치원 원장님들 사이에 감사에 대한 내용과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원 C씨는 “기존 사후 적발식·실적 쌓기용 등 감사에서 벗어나 유치원 현장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제도적 한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회계 및 세금의 실수ㆍ누락 등에 대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감사방식이 필요한 때”라며 “지난 3월, 도교육청 개청 이래 처음으로 감사공무원 전체가 참석한 가운데 사립유치원 처분심사를 진행한 것도 과감한 시도이자, 혁신적인 감사 방식이었다”고 평가했다.
주말도 반납하고, 가족 병간호도 미룬 채 사립유치원 감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도교육청 감사관실 직원 100여 명의 노력과 열정이 도내 사립유치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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