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서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14개월 된 영아의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는 등의 학대 혐의로 50대 아이돌보미가 지난 8일 구속됐다. 이 여성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돌보미로 일하면서 2월17일부터 3월13일까지 한달여간 30회 이상 학대를 했다. 많게는 하루에 10번까지 영아를 폭행했다. 이같은 사실은 피해 부모가 집안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다.
아이돌보미를 고소한 부모는 “아이가 수저를 보면 뭐든 잘 안먹으려고 한다. 밥을 먹는 시간에 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내리친다”고 말했다. 상습적 폭행에 충격을 받은 부모는 지난달 ‘아이돌보미 영유아 폭행 강력 처벌 및 재발방지안 수립을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학대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아이돌보미의 영유아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에는 30대 베이비시터가 생후 15개월 된 여아를 열흘간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고 수차례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이 여성은 18개월 된 남아를 뜨거운 물에 밀어 넣어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6개월 된 여아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욕조에 넣은 뒤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고 검찰이 밝혔다.
금천구 ‘따귀돌보미’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정부가 아이돌보미 채용시 인·적성 검사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러내기로 했다. ‘표준 면접 매뉴얼’을 마련하고, 면접시 아동학대 예방이나 심리관련 전문가를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예방교육도 강화하고, 현장실습 시간도 10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린다. 또 아이돌보미의 근무태도와 활동 이력 등을 담은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필요하면 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여성가족부가 26일 발표한 ‘안전한 아이돌봄서비스를 위한 개선대책’이다.
하지만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자필시험으로 인성 평가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전문 인성시험 문항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달부터 적용한다니 제대로 될까 싶다. 아이돌보미 채용시 CCTV 설치에 동의한 사람을 우선 배치한다는 계획도 탁상공론 같다. 정부 대책이 아이돌보미의 자격 검증과 처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아이돌보미의 처우개선은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지원 아이돌보미보다 10배나 많은 민간 베이비시터는 관리 사각지대라는 점도 문제다. 영유아를 돌보는 직업 특수성을 감안해 선진국처럼 민간 베이비시터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한 달여만에 급조된 정부 대책, 이래저래 보완할 게 많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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