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후폭풍… ‘민생 vs 횃불’ 정국 시계제로

민주 “국회 정상화”…한국당 압박
한국당 “광화문 천막당사 차리고
전국 돌며 ‘상시 투쟁’ 돌입” 천명
바른미래, 당내 갈등 수습 안간힘

여야 4당이 천신만고 끝에 선거제·공수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당분간 정국 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입법 과제인 사법 개혁의 첫발을 뗀 만큼 한국당에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는 동시에 협상 테이블 복원에 힘을 쓰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시흥을)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지난 엿새 동안의 불법과 폭력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즉각 국회 정상화에 협조하라”면서 “민생입법 처리에 적극 협력하고, 추가경정예산안 문제가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인 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미세먼지 저감 등 국민안전과 관련된 추경안 처리 등이 시급한 만큼 한국당을 다시 논의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한 ‘유화책’을 구사하고 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에 대한 3차 고발) 오늘은 안 한다”며 “고발은 역풍이 있다. 막무가내로 할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를 보여온 민주당이 ‘고발’의 기세를 한 템포 늦춰 한국당에 대한 ‘강온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강행하자 이에 맞서 장외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차리고 ‘상시 투쟁’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부 규탄 대회’를 열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투 트랙’ 투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광화문 천막 당사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시절 여의도 천막 당사를 연상케 한다.

황교안 대표는 오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세력들은 독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의회민주주의의 길을 파괴시키고 좌파독재의 길을 열었다”고 비판하며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고 호소했다.

이어 “활활활 타오르는 불빛으로, 저항으로, 분노로 투쟁하자”면서 “그 타오름은 여의도를 밝히고, 광화문을 밝히고, 자유민주주의를 밝히고, 헌법을 밝히고, 경제를 밝히고, 민생을 밝히고, 희망을 밝히고, 대한민국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당이 사실상 두 동강이 날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은 당내 갈등 수습이 급선무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김관영 원내대표와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당을 단합해서 우리 정치의 새 판을 짜고, 한국정치의 구도를 바꿔나가는데 앞장서야 될 것”이라며 “이번 협상 과정에서 당이 숱한 분란과 내홍을 겪었던 점에 대해서는 당의 대표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에 반대해 온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물론 옛 국민의당 출신 일부 의원들도 현 지도부에 등을 돌린 상황이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김재민·정금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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