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천지역 편의점 ‘제로페이’ 도입 첫날 표정

손님도 점주도 종업원도 ‘사용법 깜깜이’… 혼란 속출
자영업자 부담 경감 차원 도입했지만 홍보부족… 매장 10곳중 5곳 준비 미흡

2일 오후 부평구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직접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강정규기자
2일 오후 부평구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직접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고 있다. 강정규기자

“제로페이가 뭔가요?”

2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시 부평구 한 편의점.

직원 A씨에게 제로페이에 대해 물었지만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편의점 계산대에는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QR코드 안내문구가 없었다.

A씨는 “본사 직원이나 점장님한테 제로페이에 대해 들은 게 없어서 평소 같이 일했다”며 “제로페이로 결제한다는 손님도 없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취재진이 이날 방문한 편의점 10곳 중 5곳은 제로페이에 대해 모르거나 결제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부터 전국 4만3천여개 편의점에 제로페이를 도입했지만, 인천지역 일부 편의점에서는 점주나 시민 모두 사용법을 알지 못해 혼란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제로페이는 정부가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자 도입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제로페이는 매장에 비치된 전용 QR코드를 기존 은행이나 핀테크 업체가 만든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은 결제 수수료가 없다.

기존에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고 결제금액을 입력하는 판매자 결제방식(MPM·Merchant Presented Mode)이었다면, 이번에는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QR코드나 바코드를 생성하면 편의점 결제 스캐너가 인식해 결제 가능한 소비자 결제방식(CPM· Customer Presented Mode)으로 변경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한 탓에 지역 편의점 곳곳에서는 제로페이 결제를 하고 싶어도 방법은 물론, 용어 조차 생소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편의점 점주 김숙정씨(52)는 “모든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된다는 소식은 들었다”며 “본사에서 상품과 함께 QR코드 안내문구가 왔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포장도 뜯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가맹점주에게는 혜택이 있을 지도 모르나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의 한 경제 전문가는 “제로페이는 기본적으로 카드 사용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없애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이라며 “하지만 결제방식이 MPM에서 CPM 형태로 바뀌면서 기존 카드처럼 수수료가 발생하는 밴(VAN·부가가치통신망)을 이용해야 해 사실상 ‘수수료 제로’라는 의미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밴(VAN)은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로, 카드 단말기 관리·결제 승인·전표 매입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가맹점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는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에 적용하는 CPM 방식이 기존 MPM 방식과 동일한 결제 수수료를 적용해 연매출 8억원 이하 일 경우 수수료가 없다”고 일축했다.

강정규·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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