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명문대학 높은벽 땅 그냥줘도 이전 외면”… 김진용 인천경제청장 ‘퇴임편지’

그동안 노력·아쉬움 토로

“저는 취임 후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난제를 풀고 IFEZ가 비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루하루를 제 인생의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인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왔습니다.”

김진용(54) 제5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지난 3일 쿠웨이트 공식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쓴 퇴임편지에 인천경제청 직원들과 영종·청라·송도 경제자유구역 주민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김 청장은 재임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제3연륙교 추진, 청라스타필드·의료복합단지·하나금융타운 투자유치, 청라시티타워 문제해결, 영종국제도시의 항공우주산업과 복합레저도시 조성,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와 포스코건설 간 분쟁 해결, 인천시와 SLC(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 간 개발이익환수 논란 일단락,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2단계 협약, 송도 워터프런트 착공, 송도 11공구 바이오 산업용지 30만평 확보 등을 꼽았다.

그는 그간의 업적과 소회를 담담하게 써내려가며 개청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된 ‘퍼주기·특혜 시비’에 대해서는 강한 소신을 드러냈다.

김 청장은 “최근 무산된 대기업의 경우 회사를 인천으로 옮기면 핵심 인력들이 서울의 타 경쟁사로 옮기려 해 치명타가 된다고 경영진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서울 소재 일류대학과 기업은 땅과 건물을 그냥 주겠다고 해도 이전을 꺼려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퍼주기라는 비판을 쉽게 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유치 현장은 파격적인 투자 조건과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는 유력 해외도시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투자유치는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득실을 따지는 치열한 전투이며 상황과 맥락이라는 판(plate) 위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변수나 선택지를 놓고 벌이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꽃이 진 자리는 열매가 맺혀야 생명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여운을 남기며 퇴임식도 생략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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