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서글픈 달… 괭이부리 마을 쪽방촌 노인 ‘나홀로 5월’

몸도 마음도 쇠락… ‘가족의 정’ 느낀지 오래
고령화 시대 취약계층 체계적 지원대책 시급

7일 오후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

이곳은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내려와 정착하며 형성된 쪽방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허름한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쪽방촌 지붕은 주저앉아 있고, 좁은 골목 바닥에는 연탄 여러 장과 주인을 모르는 우편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 마을에 사는 김금선씨(83)는 가정의 달인 5월이 쓸쓸하기만 하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나서 홀로 키운 딸은 시집을 갔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김씨를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등 외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건강도 악화해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김씨에겐 올해 급격히 줄은 도움의 손길이 유독 아쉬운 5월이다.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외로움을 달랠 말동무 등이 필요한 김씨는 쓴웃음을 보이며 오늘도 경로당으로 향했다.

그는 “딸이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어버이날 나를 찾아올 상황이 못된다”며 “1년 중 5월과 12월이 가장 외로운 시간”이라고 했다.

자녀가 없는 박순자씨(가명·81)도 사정은 비슷했다.

거동이 불편한 박씨는 생활관리사가 방문하지 않는 시간 대부분을 자신의 쪽방에서 홀로 지낸다.

그런 그에게 공휴일이 많은 가정의 달은 가혹하기만 하다.

생활관리사가 휴일에는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이 가정의 달 5월을 나 홀로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천에 거주하는 홀로 사는 노인은 8만9천여명으로 2017년(8만3천여명)과 비교해 6천여명이 늘었다.

이처럼 홀로 사는 노인 1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식어가고 있어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가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고자 받는 기부수입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복수의 복지관 관계자는 “올해 가정의 달은 예년과 달리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은 게 체감될 정도”라고 했다.

이용우 건국대 교수는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은 가정의 달에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더 크게 느낀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선 노인 돌봄 혜택 확대 등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관우·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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