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는 한달음에 올라갔던 계단인데 노인이 되고 보니 혹여나 넘어지진 않을까 오르내릴 때마다 두렵네요”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경로당. 2층 건물인 해당 경로당 앞에는 인근에 거주 중인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경로당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A씨(87)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A씨는 계단 손잡이를 떨리는 손으로 꽉 움켜잡은 채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불과 20개도 채 되지 않는 계단이었지만 A씨가 2층 경로당까지 올라가는 데만 3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A씨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평지를 걸을 때도 무릎이 아픈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그야말로 지옥”이라며 “그렇다고 경로당을 찾지 않기는 너무 적적해 승강기 등이 설치되면 편리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도내 또 다른 B 경로당 역시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어두컴컴한 지하계단에서 혹여나 넘어질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매년 ‘경로당의 1층 이전 및 승강기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경기도 내 경로당 10곳 중 1곳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보건복지부와 도내 시ㆍ군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9 노인보건복지 사업안내 지침’을 통해 지하ㆍ고층 등에 위치한 경로당에 대해 1층으로 이전하거나 승강기 등 이동 편의시설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경로당 9천609개소 가운데 지하ㆍ고층에 있는 경로당은 1천157개소로, 이 중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119개소(10.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도내 경로당의 90%가량이 이동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도내 어르신들의 이동권 및 안전 확보가 요원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일선 시ㆍ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경로당을 최대한 1층으로 이전하고자, 지하ㆍ고층 경로당의 임대계약 만료 시 재계약하지 않고 1층으로 옮기고 있다”며 “경로당 건물이 대부분 민간 소유라 승강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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