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버이날 선물-‘취업’

취준생 앞에 느닷없이 영상이 켜진다. “내가 여기서 거리가 멀다 보니까. 늘 걱정만 할 뿐이지, 가보지도 못해요. 이불을 두껍게 덮고 자는지, 얇게 덮고 자는지. 마음이 많이 아프고….” 또 다른 엄마의 모습도 이어진다. “우리 아들에게 가장 미안한 것은, 대학 1학기 때 알바하면서 등록금 모으면 2학기 시작하고, 그런데도 ‘아들아, 힘들지’라는 말 한마디를 못했어요. 그게 제일 미안해요.” 보는 취준생들이 모두 눈물을 쏟아낸다. ▶아버지는 벙어리다. 딸을 대신해 면접장에 들어선다. 답변 대신 동영상을 튼다. 취준생 딸이 찍어둔 모습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10년 뒤 자기 모습은 어떨 것 같나요.” 영상 속 딸이 답한다. “이 회사에 합격해 있을 겁니다. 돈도 많이 받고….” 하지만, 이내 운다. “그런데 아빠, 아빠가 이 영상 볼 때쯤 난 아마, 아빠 곁에 없을 거 같애. 아빠 미안해.” 딸의 마지막이다. 아빠가 눈물로 면접관에 인사한다. “고마스니다. 고마스니다.” ▶누구의 엄마인지 중요하지 않다. 누구의 딸인지 중요하지 않다. 취준생을 둔 모든 엄마들의 얘기다. 직장을 못 구한 모든 젊은이들의 얘기다. 취준생 앞 엄마들은 스스로 죄인이다. 뒷바라지를 못해서라고 자책한다. 그런 엄마 모습에 취준생들도 슬프다. 낡아 늘어진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다. 보는 이들의 가슴까지 메어진다. 취업을 했더라도 옛 기억에 가슴이 아려온다. 언제부턴가 유튜브 앞에서 슬퍼지는 우리의 모습이다. ▶3월 말, 청년 실업률 10.8%다. 47만 3천명이 취준생이다. 90만쯤, 혹은 그 이상이 그들의 부모다. 대한민국 청년과 부모들이 처한 현실이다. 유로존의 3월 실업률은 7.7%였다. 2008년 이후 최저라고 한다. 독일(3.2%), 네덜란드(3.3%), 체코(1.9%)의 청년이 모두 우리보다 낫다. ‘아들, 미안하다’에 우는 젊은이, ‘아빠, 미안해’에 우는 부모가 모두 우리만의 모습이다. 감동이라는 표현도 차라리 사치다. 고통이고 안타까움이다. ▶어버이날이다. 받고 싶은 선물 순위가 매겨진다. 현금, 전화, 편지 순이다. 받기 싫은 선물 순위도 있다. 책, 케이크, 꽃다발 순이다. ‘꽃으로 퉁 칠 생각 마라’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왔나 보다. 취준생 47만3천명은 현금을 선물 할 수 없다. 90여만 부모들은 현금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청년들과 부모들이 하고 싶고, 받고 싶은 선물은 하나다. “엄마 나 합격했어요”라는 전화 한 통이다. “우리 애가 취직했어요”라 소리칠 소식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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