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건물 갈라치는 시군간 경계 갈등 / 이야말로 광역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이다

얼마 전 의미 있는 경계 갈등 한 건이 해결됐다. 수원과 용인이 7년여 간 겪던 ‘땅 싸움’이다. 기형적 행정구역으로 비정상적 학군이 생겨났다. 초등학생들이 코앞 학교를 두고 원거리 학교에 다녀야 했다. 이 오랜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두 지자체가 땅을 주고 받으며 합리적 경계를 만든 것이다. 대단히 이례적인 타결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지자체 역할에 칭찬을 받았다. 대화와 타협, 양보가 만들어낸 멋진 선례였다.

탄력을 받은 수원시가 또 하나의 경계갈등을 조율하고 있다. 인접한 화성시와 갈등을 빚어온 신동 도시 개발사업 경계 조정이다. 수원시 땅 20여만㎡와 똑같은 크기의 화성시 땅을 맞교환하는 중재안이 무르익고 있다. 안양시와 광명시의 박달하수처리장 주변 경계 갈등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반기 내 실무 회의를 진행해 막힌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지자체 간 땅 교환이 술술 풀려갈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도내에는 오랜 기간 갈등을 겪는 경계 마찰이 많다. 도가 직접 관리하고, 들여다보는 갈등만 15건이다. 모두 황당한 행정구역으로 막대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곳이다. 신길택지개발지구(안산시와 시흥시), 광교택지지구(수원시와 용인시), 왕숙천 주변(남양주시와 구리시) 등이 그런 곳이다. 하나의 아파트 단지 또는 하나의 건물이 두 개의 지자체로 갈려 있는 곳도 있다. 평촌 삼성 래미안 아파트나 롯데마트 의왕점이 그런 경우다.

주민이 받는 피해와 불편이 상당하다. 학군 편성에서 오는 학생들의 불편이 있고, 일반 행정에서 오는 주민 불편이 있고, 대중교통에서 오는 주민 불이익이 있다. 지방분권 강화로 지자체별 행정이 특화되면 될수록 이런 피해와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선택도 아니다. 건설사 또는 개발 주체가 만들어 놓은 현실이다. 지자체간 연접 개발을 남발하면서 생긴 피해다. 이런데도 개발허가를 내준 지자체 등은 손을 놓고 있었다.

바로 도(道)의 역할이다. 광역 지자체가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책무다. 시군간 이해충돌을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광역 지자체가 존재하는 이유다. ‘땅’을 바꾸는 일이다. 그것도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여지가 다분하다. 이를 중재할 권한은 경기도밖에 없다. 때론 강제력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강제해야 한다. 때론 일방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광역지자체가 필요한 것이다.

인접한 강원, 충남, 서울 등과 연계된 경계갈등도 있다. 우리가 이런 부분에까지 경기도 역할을 강제하려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조정의 역할, 해야 할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도내 31개 시군끼리 충돌하고 있는 경계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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