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왜 하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정상인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타고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사회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적 편견이 그들의 사회 진출을 막는다. 정상인에 맞춰진 시스템이 그들을 배제한다. 이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제도가 여럿 마련돼 있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도 그런 제도 가운데 하나다. 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한 방식으로 능력자를 양산하자는 게 기본 취지다.
지역별 대회는 전국 대회로 가는 예선이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장애인 기능자들에겐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양한 혜택이 있다. 직접적으로는 우승에 따른 연금을 받는다. 해당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금전적 자립과 안정된 직장을 함께 얻는 것이다. 장애인 기능자들에게는 꿈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기술을 연마한다.
그 장애인들이 힘들어하는 일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생긴 필기시험 때문이다. 안마, 네일아트, 화훼장식 등 3종목이다. 필기시험에서 일정 순위에 들지 못하면 실기 시험은 치러 보지도 못한다. 장애인 기능자들에도 기본 이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지적ㆍ발달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에겐 얘기가 다르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객관식ㆍ주관식 문제를 푸는 테스트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아이가 화훼장식에 재능을 보여 공부시켰지만, 필기가 어려워 출전 자체를 포기했다”는 한 장애인 모친의 고백이 마음 아프다.
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장애인의 여건에 맞춰진 경연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경쟁은 비장애인들의 영역이다.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동안 37회도 필기 없이 치러졌다. 이런 장애인 경연의 특수성을 감안해서였다. 갑작스레 필기시험을 도입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배점도 전체 일부분이 아니다. 필기시험에 떨어지면 실기 시험은 아예 치르지도 못한다. 장애인ㆍ비장애인을 떠나 ‘기능 경연’과 맞지 않는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세계 최고의 화훼장식 기능을 익힌 장애인이 있다. 그런데 발달 장애로 필기시험에 응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화훼장식 경연에 참여할 기회를 빼앗겼다. 과연 옳은 제도인가. 그에겐 장애인기능경기대회마저도 또 다른 장애인 장벽이지 않을까.
오는 6월 29일부터 ‘2019년 경기도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29개 직종에서 기술을 연마한 장애인들이 경연을 펼친다. 모두 신체장애를 극복하며 기술을 연마해온 장애인들이다. 240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지난해보다 30명가량 줄었다고 한다. 혹시 일부 종목의 필기시험 도입이 준 부담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필기시험 제도를 없애거나 보완 할 것을 제안한다. 많은 장애인과 가족들이 지금 그렇게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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