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전셋값 하락세로 인해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지속해서 둔화하고 있다. 14일 은행업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68조 4천901억 원으로, 3월 말과 비교해 2.0%(1조 3천371억 원) 증가했다.
전세자금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3월에 2.0%로, 2017년 5월의 1.9%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증가세 둔화 추세는 비슷하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올 2월 38.2%로 40% 미만으로 하락한 이후 3월 35.9%, 4월 34.3%로 떨어졌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세 둔화는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고 전세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진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택 전셋값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4월까지 6개월 동안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하락률이 올해 들어 1월 -0.28%, 2월 -0.30%, 3월 -0.32%, 4월 ?0.34%로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28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지난해 11월에 59.6%로 60%대가 붕괴한 후 올해 4월 59.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다만, 전·월세 거래는 증가세로 전환됐다.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신고 건수는 1만4천848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9.3% 늘었다.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1% 감소하기도 했다.
9·13 대책에 포함된 전세자금대출 규제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세 둔화에 한몫했다. 정부는 1주택자는 부부합산 소득 1억 원까지만 공적 보증을 제공하고, 2주택 이상은 아예 공적 보증을 제한했다. 공적 보증이 없으면 은행 대출이 안돼서 사실상 전세자금대출 대상자를 소득이 1억 원 이하인 1주택자로 한정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셋값이 많이 떨어지고 있지만 거래량은 완만하게 증가해 전세자금이 대폭 늘어나지 않고 있다”라면서 “작년 정부 규제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 대상자 자체가 감소한 것도 대출 증가세 둔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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