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참회를 통한 화합

삼천대천세계의 성인이시고 인류에게 지혜의 등불을 밝히셨던 석가모니라는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셨던 날이 지나갔다. 이 성인의 가르침은 자비라는 개념으로 많이 인식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화합과 평등을 강조하셨던 인간세상을 유행하셨던 삶의 궤적에서 모든 중생들에게 대한 따스한 대비심도 느낄 수 있다.

여타의 종교행사와 같이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연례행사를 맞이하면서 새롭게 지난 시간을 성찰하여 과오를 뉘우치고 건설적인 미래를 많이 구상하게 된다. 어느 종교가 편협적이고 이기적인 교리를 바탕으로 화합과 평등을 깨트리는 것을 환영하겠는가! 부처님께서 항상 설하시고 강조하셨던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청정한 마음인 불성을 유학자 맹자께서도 비슷한 관점에서 강조하고 있다.

인간다운 심리적인 기초를 이루는 성품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인(仁)과 사양지심(辭讓之心)의 예(禮)와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의(義)와 시비지심(是非之心)의 지(智)인 사단(四端)이 자리하고 있고, 가장 앞선 덕목으로 인자함을 손꼽고 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은 한국에서는 고등교육이 매우 발달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고, 나아가 이땅에 전해져왔던 전통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삼가하는 처신을 중요시 생각하는 문화적 환경에서 살아오고 있다. 나보다는 우리가, 가족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웠던 문화가 존중되었던 국가의 질서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상을 수용한 이 땅의 종교는 얼핏보면 믿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면에서는 치열한 자기성찰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움직이는 곳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라도 지금의 현실은 타협과 관용 및 화합이라는 말이 전혀 다른 시대의 산물처럼 느껴진다. 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알맞은 소유와 소비의 균형을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시대에 특히 갈등이 부각되는 것은 물질적인 빈곤이 아닌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재물의 불공평한 분배에서 시작된 갈등이다.

높은 교육수준에 따른 지식의 고도화는 인격을 성찰하고 연마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고 다른 존재를 해치는 흉기로 사용되면 아니된다. 지식은 나의 개인적인 치부를 위한 수단이 아니고, 사회와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화합을 ‘물과 우유가 섞이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인류의 문화사의 가운데 금기시되는 역사적 사실로 식인의 문화를 손꼽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금기시되는 이유는 인간이 지닌 선악의 중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인류라는 한 종은 지구라는 삶의 무대에서 자연의 환경부터 사유체계인 무형의 문화까지도 많은 변화를 일으켜 왔고, 그 변화 속에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보내면서 다시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뒤돌아보고 참회를 통한 갈등과 분쟁보다는 타협과 화합하는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세영스님 수원사 주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