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부의 날’ 국가유공자 신영진 할아버지·허계순 할머니
남다른 금실로 소문 자자 젊은층 비혼주의 아쉬워 행복한 부부 많아졌으면
“총알이 빗발치는 사선에서 피난하는 도중 만나 약 70년 동안 함께한 나의 반려자를 소개합니다”
지난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부부의 날(5월21일)’을 하루 앞둔 20일 수원 보훈원에서 만난 국가유공자 신영진 할아버지(89)와 허계순 할머니(86) 부부는 올해로 67년째 해로하고 있는 소문난 ‘원앙 부부’다.
신영진ㆍ허계순 부부의 첫 만남은 6ㆍ25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에 의해 궁지에 몰린 북한군을 돕고자 중국 공산군이 참전, 인해전술에 밀려 서울이 함락되면서 국군과 유엔군이 후퇴하게 되는 195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ㆍ4 후퇴 당시 18살의 꽃다운 나이였던 허 할머니는 북한군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하던 중 경기도 광주에서 ‘운명의 상대’인 신 할아버지를 만났다. 현역 군인으로 6ㆍ25전쟁에 참전하고 있었던 신 할아버지는 당시 공산당원으로 오해받아 어려움에 처한 허 할머니를 구해주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연애를 시작, 이듬해 10월16일 백년가약을 맺었다.
약 70년을 함께 보낸 이들 부부는 최근에도 수원 보훈원 인근의 연무시장을 찾아 데이트에 나설 정도로 금실 좋은 부부로 유명하다.
신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자주 외출은 못하지만, 아내와 함께 시장의 물건도 구경하고 반찬거리 등을 사는 맛에 가끔 전통시장을 찾고 있다”며 “올해 들어 다리가 많이 아파 걷기가 불편해지고 있어 아내와 시장을 살피는 소소한 행복을 잃어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소문난 원앙 부부인 만큼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결혼을 꺼리는 ‘비혼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들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가족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져 심각한 개인주의 사회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 할머니는 “우리 손자 두 명도 서른이 다 됐는데, 모두 결혼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아야 책임감도 생기고 혈육의 정도 느낄 수 있는데 요새 결혼이 기피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신영진ㆍ허계순 부부는 “지난 1996년 수원 보훈원에 입소해 23년째 생활 중인데 혹여나 노인네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돌봐주는 보훈원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우리 부부처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행복한 삶을 보내는 부부가 많아지길 소망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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