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야간 車 전조등 반사 최악 원도심 지역 도로 차선 식별 어려워
인천시, 예산 탓하며 사실상 ‘무대책’ 운전자들 신경 집중해도 ‘사고 위험’
20일 새벽 2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로 제물포역 앞 왕복 6차선 도로.
어두운 밤 비까지 내려 도로 위 차선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포장공사를 해 굴곡진 도로 위에 그려진 차선 위로 물이 고인 이곳에 자동차 전조등 불빛 등이 반사됐다.
울퉁불퉁한 도로 위에 도색에 재도색을 거쳐 지저분해진 도로 일부는 금세 마모된데다 불빛이 반사돼 식별되지 않는 차선 사이로 차량의 아찔한 주행이 이어졌다.
직장인 이모씨(42)는 “퇴근길에 비까지 내리면 차선이 너무 안 보여서 앞서 가는 차를 따라가며 감으로 운전한다”며 “그나마 아는 길을 지날 때는 괜찮지만, 초행길은 중앙선 구분도 어려워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많았다”고 했다.
인천 원도심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야간 도로 위 차선 식별이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인천시는 예산 문제와 지역 특성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운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미추홀구와 중구 등 원도심 도로를 살펴본 결과, 차선이 보이지 않는 도로는 총 10곳으로 확인됐다.
왕복 6차선인 중구의 한 도로는 해가 떨어지지 않은 지난 19일 오후 6시께, 비로 인해 차선이 보이지 않아 1·2차선을 주행하던 차량이 부딪칠 뻔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처럼 도로 차선이 보이지 않는 원인은 차선을 그릴 때 유릿가루를 섞어 빛을 발산하는 기준인 ‘휘도(밝기)’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다는 지역 특성상 화물차 통행이 잦아 차선이 상대적으로 빨리 마모되기 때문에 휘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교통노면 표시 기준을 보면 도로 차선 도색 시 휘도는 흰색선 240mcd/(㎡·Lux)이상, 황색·청색선 각각 150, 80mcd/(㎡·Lux) 이상으로 명시돼 있다.
차선이 마모됐거나 우천 시 반사성능 값이 100mcd/(㎡·Lux) 이하일 때 재도색을 해야 하지만, 시는 단가 문제로 우천시 품질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사실상 도로를 방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문제점은 파악하고 있고, 차례대로 새로 도색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색을 하더라도 도로 자체가 울퉁불퉁해 가시성이 떨어지고, 예산의 한계가 있어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정규·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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