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동안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10만 명 증가했는데 이는 예년 평균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 간에는 양의 관계가 있다. 경제성장으로 생산, 소비, 투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고용이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 모습도 종종 관찰돼 왔다. 이러한 현상을 ‘고용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라고 부른다.
고용없는 성장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자동화다. 1990년대 이후 기술발전에 따른 자동화의 진전은 고용없는 성장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기술발전으로 1인당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생산이 증가하는 만큼 고용의 증가가 이뤄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과거 농업에서도 이런 변화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제조업에서 공정자동화 도입으로 무인공장이 생겨나기도 하는 등 기존에 사람이 직접 작업했던 많은 공정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모습이다.
제조업에서는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예전부터 공정자동화를 활발히 추진해 왔고, 최근에는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등 전체 생산과정을 ICT(정보통신기술)로 통합하는 스마트공장의 개념까지 등장했다.
또한 서비스업에서도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우리 생활 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은행 업무에서는 ATM, 텔레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90%를 넘어섰다. 커피전문점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문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패스트푸드점에는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가 광범위하게 도입돼 종업원을 대신하여 고객들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중심이 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혁신이 향후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분야의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 상용화로 인한 운전직 일자리 감소, 요리 로봇의 조리사 대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노동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런데 경제의 디지털화 및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됨에 따라 기존 일자리 감소분을 만회하면서 고용 총량이 소폭 감소에 그치거나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즉, 기술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데 이는 과거 기술혁신이 종국에는 노동수요 증가로 귀결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기존 고용구조에 큰 폭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 인력 재교육과 재취업 지원 등의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
최보라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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