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자의 60%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답했다. 74.9%는 ‘대화나 전화통화 때 불편이 있다’고 답했다. 68.6%는 ‘최근 5년 사이 항공기 소음이 그대로이거나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경기도민 15만명의 답변이다. 김포공항 주변 소음 대책 지역과 그 인근의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공식 보고한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 피해지역 주민 지원 대책 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 중 일부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김포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는 반백 년 고통이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쳐 연 18만여 회가 운항되고 있다. 운항 수가 늘면서 피해도 그만큼 심각해졌다. 잠 못 드는 고통, 통화 못하는 고통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용역 보고서는 이런 도민의 고통을 수치화한 것이다. 피해 내용은 실제보다 오히려 축소 평가된 측면이 있다. 피해지역만 보더라도 경기 중부와 동부 지역의 소음 피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계기로 다시 거론하려는 게 있다. 서울시의 과욕이다.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증편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용역을 이미 발주했고, 6월이면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의 상공을 뒤덮을 국제선이다. 그 노선의 증편을 계획하면서 경기도 강원도와는 토론 한번 없었다. 경기도의회 의원 등 19명이 공동성명을 내며 우려를 표했지만 ‘국제관문으로서 서울시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며 밀어붙인다.
이건 지역주의도 아니다. 다수의 서울시민 의견조차 무시한 극단적 지엽주의다. 경기도민 인천시민이라면 당연히 분노해야 한다. 6월 말에 나온다는 서울시의 용역은 기다릴 가치도 없다. ‘신성장 거점 김포공항 육성ㆍ관리 방안 마련’이 제목이라고 하지 않나. 어차피 서울시의 욕심대로 나오게 돼 있다. 김포공항 주변 서울시민에 꿈 같은 청사진을 펼쳐보일 게 뻔하다. ‘잠 못 자고, 통화 못하는’ 경기도민의 소음 피해는 철저히 무시될 것이다.
경기도민은 달리 기댈 곳이 없다. 분명히 경기도가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이번에 도출된 보고서를 서울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경기도민 15만명의 절절한 피해 상황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은 경기도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임을 강조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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