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천시, 정부 데칼코마니 주의보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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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지난 10일 나눈 비공식 대화이다. 이들은 이날 “관료들이 말을 덜 듣는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한다”는 등의 관료 조직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정책 책임이 더 무겁다’라는 논란만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3년차 들어 정부 정책이 ‘속도감’을 내기 위해 관료 사회가 적극적인 행정을 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관료를 탓하기 전에 ‘그들이 왜 2년밖에 안됐는데 4년차 같은 행동과 현상을 보일까’를 엄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른바 관료들의 텃세인 관료주의 성향은 전 세계 어느 정부에나 있다. 관료들은 정권의 정책 능력이 뛰어나면 따르지만, 아니거나 모른다 싶으면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힘을 못 쓰고, 남북관계 정책도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결국, 당·청 관계자 간의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는 푸념은 정부의 정책 부재를 자인한 꼴이다.

출범 1년차인 민선 7기 인천시는 이번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인천 시정에 정부 데칼코마니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남춘 시장은 취임 초부터 인사와 주요 정책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부재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지적하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여러 번이다.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조차 ‘일은 네가 하고, 인사 고가는 내 것’이라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다는 자성이 나올 정도이니 박 시장의 하소연도 이해된다.

하지만, 민선 7기 1년차부터 공무원 복지부동이 나타났다면, 그 원인부터 긴급 진단해야 한다. 혹시 민선 7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공무원이 어떤 평가를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민선 7기의 대표 공약인 서해평화협력시대는 제자리걸음이고,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인 합치 정책도 효과보다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 데칼코마니를 주의할 때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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