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폐기물 대란 우려, 안전처리 해법 모색해야

전국 곳곳이 ‘쓰레기 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의료폐기물 문제 또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량은 늘어나는데 처리시설은 포화 상태여서 의료폐기물 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의료폐기물은 ‘감염 위험’ 때문에 처리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하지만 병원 내에 쌓아놓거나 불법 배출하는 경우도 있어 안전 처리 대책이 시급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1회용품 사용이 늘었고, 고령화에 따라 요양병원이 늘면서 의료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폐기물 관리기준이 강화돼 병원 의료폐기물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12만5천t이던 의료폐기물은 2017년 21만9천t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도권 의료폐기물도 2008년 5만782t에서 2017년 10만2천67t으로 두배 정도 늘었다.

의료폐기물은 지정업체를 통해 소각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폐기물 양이 급증하는 반면 소각시설은 부족해 처리 비용이 3년 사이 100% 가까이 인상됐다. 이 비용을 들여도 소각시설 처리 용량이 부족해 처리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줄고 있다. 수거가 지연되면서 의료폐기물 보관기간 초과로 과태료를 내는 곳도 있고, 소각시설을 찾아 원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의료폐기물의 원거리 운반은 감염 우려 등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불법 배출하는 병원도 있다. 지난해 4월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도내 요양병원 169곳과 동물병원 106곳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인 결과, 84곳이 각종 의료폐기물을 불법 처리해 적발됐다. 이들 병원은 주사기와 환자 기저귀, 수액세트 등을 의료폐기물 전용용기가 아닌 일반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

병원들의 의료폐기물 보관 및 관리 인식 부족, 감독기관의 관리 허술 등으로 위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내 의료폐기물 업체는 경기도에 3곳 뿐, 인천과 서울에는 1곳도 없다. 수도권에 처리업체 신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에서도 혐오시설이라며 주민 반발이 극심해 증설이 쉽지 않다.

의료폐기물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정부 대처가 너무 안일해 보인다. 적절한 대안없이 규제만 강화해 의료폐기물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은 일반폐기물로 배출해도 되는 것까지 모두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의료폐기물 배출이 늘고 처리비용도 급증했다. 유럽 선진국처럼 병리학 폐기물은 전용소각로에서 폐기하도록 엄격히 규제하되 비병리학 폐기물은 멸균처리해 일반 폐기물로 배출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의료폐기물 대란을 막기 위한 해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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