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도지사가 서민 금융 지원 대책을 강조했다. 그는 “(의정부 일가족 참변은) 빚더미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파산 정책 등 각종 지원책을 알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최저 생계비 등 복지 정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 저신용자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청 소속 간부들을 향해 “(지원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기획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없는 이’에 대한 복지 대책을 강조한 지시다.
이 지사 지시의 출발은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이다. 어린이날 발생했다. 이 지사 표현대로 원인은 빚더미였다. 숨진 아버지(51)가 진 금융권 빚이 2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빌렸다.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을 갚아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원이라고는 숨진 어머니(48)의 식당 일이 전부였다.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벌었다고 한다. 매달 50만원씩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살수록 빚’이라 결론 냈을 것이다.
어찌했어야 옳았을까. 이 지사는 “파산 정책 등 각종 지원책을 알았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도 “서민금융지원제도를 몰라서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서민이 많다”고 했다. 과연 의정부 가족에게 서민 금융 지원 정책은 ‘살 수 있는 길’이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개인 파산ㆍ회생에 필요한 서류까지 문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를 알았지만 희망을 못 줬다는 얘기다.
아버지의 마지막 생명줄은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아니었다. 개인에 의존하는 또 다른 ‘빚’이었다. 경찰이 그런 분석 결과를 내놨다. 2~3일 전까지 지인과 친척에게 돈을 꾸려 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 닮은꼴의 참변이 또 전해졌다. 인천 연수구에서 발생한 40대 사실혼 관계 남녀의 자살이다. 채무 때문에 고통을 받았고, ‘먼저 간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2014년, 밀린 방세를 놔두고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문제를 경기도가 어찌 풀겠나. 해내기 어렵다고 본다. 지자체가 어찌해볼 일이 아니다. 이미 십수 년째 복지 정책이 잘 못 가고 있다. 표에 매몰된 정책이 복지의 상대적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2016년, 정부가 국민에 제공한 복지가 121조원이다(사회적현물이전 기준). 상위 20%에는 403만원씩, 하위 20%에는 523만원씩 줬다. 차이가 크지 않다. 보편적 복지가 판치면서 좁혀진 격차다. 없는 계층에 집중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의정부 가족은 하위 20%였을 것이다. 상위 20%의 일부라도 떼어줬더라면 어땠을까. 가족 몰살의 참상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의정부 가족 참변, 인천시 부부 참변, 그리고 송파 세 모녀 참변까지가 전부 하위 20%의 불행이다. 소름 돋게도 이런 불행의 씨앗은 지금도 ‘없는 사회’ 곳곳에 꿈틀대고 있다. 하위 20%의 표만 얻는 선택적 복지를 팽개치고, 전 계층 100%의 표까지 얻는 보편적 복지에 정신 팔린 한국 정치가 불러온 비극이다.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10년간의 보편적 복지. 그 실패를 통렬히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서민구제대책의 실마리가 풀린다. 경기도도, 시군도 하려면 이것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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