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심사 잣대 형평성 불만 커지자 내달 개선안 내놓기로
서울 전역과 과천·광명·하남·성남 분당구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 해당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등에서 분양가 고무줄 심사로 도마 위에 오르자 도입 3년만에 심사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서 발급을 위해 적용하던 현행 심사기준을 재검토, 다음 달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HUG는 ‘보증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현재 서울 전역과 과천, 광명·하남·성남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규정하고 분양보증서 발급에 앞서 분양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만약 1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
HUG의 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지자체의 분양승인에도 문제가 생기고,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분양가 통제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서울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HUG의 분양가 심사와 관련한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분양에 들어간 서울 서초구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방배그랑자이’는 분양가가 일반 아파트(주상복합 등 제외) 기준 최고가인 3.3㎡당 평균 4천657만원에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이는 2년 전 바로 인근에서 같은 GS건설이 분양한 ‘방배아트자이’의 분양가(3.3㎡당 3천798만원)와 비교해 3.3㎡당 1천만원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HUG는 지난해 12월 같은 서초구에서 분양한 서초동 삼호가든3차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라클라스’ 평균 분양가와 같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분양보증서를 발급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같은 서초구라 해도 동별 차이는 인정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논리라면 강남구 압구정동과 일원동의 분양가도 같아야 한다”고 의아해했다.
최근 분양한 ‘길음 롯데캐슬클래시아’(길음1구역 재개발)는 3.3㎡당 평균 2천289만원에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 성북구 최고 분양가를 기록해 고분양가 지적이 나왔다.
HUG는 분양보증 심사 과정에서 같은 구에 위치한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의 3.3㎡당 평균 분양가 1천700만원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제시했으나 조합이 “장위동과 길음동은 교통여건, 생활권이 다르다”며 반발하자 분양가를 높여준 것이다.
반대로 이달 말 일반분양을 계획했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는 HUG가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충돌하고 있다.
앞서 분양한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분양가는 3.3㎡당 4천569만원 수준으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3.3㎡당 4천687만원)보다 낮다.
건설업계는 “삼성동의 경우 현재 아파트 시세가 3.3㎡당 5천만∼6천만원이 넘는데 단지별 입자와 주변 시세 등은 고려치 않고 HUG가 내부 ‘원칙’만 강요하면서 형평성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HUG는 이런 지적을 수렴해 내달까지 분양가 심사 방식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2016년 8월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해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 기준’을 마련한 이후 처음으로 제도 손질에 들어가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분양가 심사에서 일관된 잣대를 제공하고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이번에 HUG가 승인한 고분양가 단지는 그만큼 미분양 위험도 커졌다고 봐야 한다”며 “분양가를 안정시키는 HUG 심사의 순기능은 살리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고무줄 잣대는 명확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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