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킨집 메카 수원, 망하는 집도 제일 많아 / ‘통닭 행정’ 문제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KB금융그룹이 펴낸 보고서가 있다.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다. 경험 없는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 치킨집이었다.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21.1%(2만 5천 곳)를 차지했다. 가장 어려워지는 것도 치킨집이다. 치킨집 창업이 2014년 9천700곳에서 2018년 6천200곳까지 줄었다. 반면에 폐업은 2014년 7천600곳에서 지난해 8천900곳까지 늘었다. ‘평생 퇴직금, 닭집으로 날린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수원의 치킨집 추이다. 일찍이 수원은 치킨집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인계동 통닭 골목은 외국 관광객에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최근에는 수원 갈비 치킨이라는 영화 특수까지 누리고 있다. 이런 수원에서도 망하는 치킨집이 속출하고 있다. 부천에 이어 전국에서 폐업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혔다. 통닭 골목 인근 인계동서만 최근 3년간 62개 매장이 창업하고 78개 매장이 폐업했다.

기본적으로 인정해야 할 현실은 있다. ‘먹는 장사’의 주체는 개인이다. 흥하는 것도, 망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다. 수원이 ‘치킨의 메카’가 된 것도 개인이 만든 역사다. 30~40년간 이어온 인내와 끈기가 오늘을 만들었다. 몇몇 ‘통닭 명가’의 역사도 다 그렇게 이뤄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술 투자를 통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나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순 없다. 현실적이지 않고 강제할 근거도 없다.

다만, 상권에 대한 지자체 책임이라는 측면은 좀 다르다. 지역 특산물 육성이라는 산업 행정의 불균형이 문제 될 수 있다. 통닭 거리 축제 예산, 어디에 썼나. 몇몇 명가가 밀집된 지역에 쏟아붓지 않았나. 관(官) 주도의 크고 작은 행사, 어디에서 갖나. 기존의 통닭 골목에 편중되지 않았나. 내로라할 정치인들의 방문, 어디로 향했나. 기업형 치킨집 벽면에 사진으로 나붙지 않았나. 지금껏 수원시 통닭 행정은 온통 특정 골목에 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적어도 행정이 이래선 안 된다. 시정(市政)에 있어 치킨집은 지역 내 어느 곳이나 고르게 다가가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특정 지역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이게 개인 사업자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 수원 통닭 거리에는 끝없는 줄이 이어져 있다. 억대 매출에 하루가 달리 건물이 올라간다. 그런데 인접한 뒷골목 치킨집엔 손님 한 테이블 없어 세(貰)도 못 내고 있다. 그들에겐 수원시 ‘통닭 행정’ 하나하나가 서운할 수도 있다.

치킨의 메카 수원에서 벌어지는 ‘부자 치킨집’과 ‘망하는 치킨집’의 명암. 행정의 역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야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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