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개선 건의안이 국토부에서 막혔다. 답변 ‘보류’라는 상태로 사실상 거부된 상태다. 경기도가 모처럼 준비했던 관련 법률 개정 요구안이다. 접경 지역 8개 시군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 배제해 달라는 요구다. 해당되는 지역은 파주, 김포, 양주, 포천, 동두천ㆍ연천 등 6개 접경지역과 양평ㆍ가평 등 2개 농촌지역이다. 군사분계선ㆍ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규제에 갇혀 피해를 당해온 지역들이다.
이유가 분명한 제안이었다. 발상의 출발이 정부였다. 지난 3일 예타조사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수도권 내 접경ㆍ낙후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하겠다고 했다. 8개 시군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 순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으로 묶을 더 이상의 이유는 없어진 셈이다. 그래서 경기도가 수정법을 취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같은 정부 내 국토부가 이를 막아선 것이다.
물론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예상했던 일이다. 경기도의 건의 직후 지방이 들고 일어났다. 지역마다 수도권 규제 풀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수도권이 모인 ‘수도권 규제 완화 대응 정책 토론회’도 열렸다. 모두들 “(8개 시군 수도권 제외는)수정법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자 국토부가 부응하기라도 하듯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라며 채택을 보류했다.
어떻게 할 것이냐가 남는데, 여기엔 경기도의 대응과 도민의 대응이 있다.
경기도는 제안서를 다시 올려야 한다. 필요성을 더 절절히 강조해야 한다. 현장의 상황을 대변할 자료도 추려내야 한다. 해당 지역의 범위를 넓히는 문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미 건의된 8개 지역 이외에 추가해야 할 지역이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추가 포함을 요구하는 곳은 여주시와 이천시다. 시장이 도청을 찾고, 시민단체가 반박 성명을 내고 있다. 검토해봐야 한다. 조건이 되면 추가해야 한다.
행정 외(外) 대응도 필요하다. 지방의 반발에 균형 맞는 역(逆) 대응이 필요하다. 경기연구원의 대응이 미적지근하다. 긴급 토론회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와 시민이 함께하는 행동도 필요하다. 해당 지역민 서명운동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의 분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의 대(對) 수도권 대응에는 늘 지방 정치가 앞장선다. 수도권 정치도 똑같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상대가 있는 정책 결정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규제는 늘 그런 여론전이 방향을 정했다. 국토부의 이번 ‘거부’는 또 한 번의 투쟁 시작일 수 있다. 지난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외통수 싸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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