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항공산업=‘좋은 일자리’ 허브화
국제 여객 순위 세계 5위, 국제 화물 순위 3위. 인천국제공항의 2018년 성적표다. 인천공항의 여객규모는 개항 이후 계속 증가했으며 2016년에는 5천777만명을 수송, 최초로 5천만명을 넘었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여객규모도 2003년 후 연평균 8.6%의 성장세를 보이고 환승객 규모도 증가 추세다.
국제 화물 물동량도 초기 119만t에서 295만t으로 약 5.5% 증가했다. 하지만, 공항 연계 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우선 인천 내 항공산업 관련 업종 기업 또는 납품 실적이 있는 제조기업 400개 중 실제로 항공산업에 진출한 기업은 11개 기업으로 2.8%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11개 업체의 항공부문 매출액 비중은 평균 21.2%이며 항공산업 판매처 비중은 군수부문이 56.4%로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 비중도 9.3%다.
공항지역 서비스 산업도 사업체 및 종사자 수는 많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중위권 수준이다. 즉 인천의 공항 연계 산업은 잠재력이 충분하나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인천공항 주변 지역을 공항경제권으로 지정, 공항 연계 산업을 육성한다.
■ 공항산업 중심 생태계 구축… 지역 경제 활성화
초기 공항은 단순 여객·화물 운송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점차 공항을 통한 연계 산업이 발달하면서 공항은 2세대 물류 산업, 3세대 리조트 등 복합 관광 산업을 거쳐 글로벌 교역 및 생산거점이라는 4세대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 미국의 멤피스 공항,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 등이 그 예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은 공항 주변 151만㎢에 오피스, 첨단산업, 호텔, 물류, 금융 등 연관 산업지역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인근 국제 무역 센터(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IBM, 캐논,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이 들어섰으며 공항 배후부지에는 상업지역과 세계 최대 화훼 경매장을 조성했다.
미국 멤피스 공항은 FedEX 본부가 들어서 세계 최대의 물류허브 공항으로 발전했으며 인근에는 첨단 조립 산업, 의료, 항공화물 단지가 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첨단 바이오, 의약품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금융 무역 등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 기업을 유치, 집적화를 꾀하고 있다.
인천공항도 물류단지와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는 등 4세대 공항으로 도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공항 중심의 부가가치 창출은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공항경제권은 공항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개념이다. 특히 공항이 경제활동과 도시개발을 선도하는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개발 방식으로 종전 물류, 여객, 교통 산업과 무역, 첨단 제조 산업, 의료, 주택 공급 등을 한데 묶어 연계 발전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공항경제권 구상이다.
■ 인천 공항경제권 ‘3개 권역’ 육성
이에 시도 2018년부터 인천연구원에 공항경제권 구상 용역을 주는 등 국토부 구상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인천의 공항경제권 구상은 3개 권역으로 나누는 것이다. 1권역은 영종도 인근으로 시는 이 지역에 공항 직접 연계 산업을 집적화할 방침이다.
물류 산업, 항공정비산업(MRO), 관광산업 등이 1권역의 핵심이다.
시는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영종도에 물류기술연구소를 유치하고 제조물류단지를 조성한다. 또 스마트물류시스템도 구
하고 물류 전문 인력도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항공정비산업에는 인천공항에 MRO단지를 조성하고 항공정비 인력 양성 기관을 세우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항공부품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항공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한국생산기술원(KITECH) 공동실험실을 조성 항공부품중소제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관광산업에는 복합리조트 관광레저 및 MICE 활성화 섬 관광 활성화를 준비 중이다.
2권역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잇는 공항회랑권이다. 이 지역은 항공금융기반 구축, 항공수출서비스 활성화, 공항산업 신성장동력화 등이 핵심이다.
시는 청라에 항공금융보증기구를 유치하고 항공기리스 산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항공금융업은 최근 항공사가 비행기를 임대해 운영하는 사업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선박금융과 비슷한 사업이다. 이와 관련, 국내에는 관련 업체가 없어 주요 국내 항공사가 외국 업체를 이용하는 상황이기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
또 청라에 항공수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관련 무역상사도 유치한다.
공항산업 신성장동력화는 항공 ICT 혁신파크를 조성해 데이터센터 구축 및 공항산업 기반을 육성하는 것이다.
특히 ICT 혁신 파크에서는 엄청난 자료가 수집되고 처리되는 공항을 이용, 빅데이터를 수집해 신성장산업을 육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3권역은 송도~안산 과학기술비즈니스권으로 공항과 송도, 남동공단 등에 항공우주 연구개발 및 항공산업산학협력, 항공소재부품 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송도와 남동공단을 중심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분원을 유치하고 항공우주부품 미니클러스터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공항경제권 핵심은 ‘MRO’
시는 공항경제권을 3개 권역으로 나눴지만 공항경제권의 가장 핵심은 MRO 육성이다. 시는 1권역에서만 약 4~5만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의 MRO 시장은 민항기 외주 정비율이 50% 수준에 불과해 MRO 전문 기업 활성화는 미약한 수준이다. 이에 연간 1조3천억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항공기 부품 산업까지 합하면 4조원이 유출된다는 연구도 있다.
해외로 유출되는 MRO시장 수요를 일부라도 인천에서 수용할 수 있으면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은 긍정적이다.
이에 시는 공항 내 114만㎡에 17개 정비고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항공정비단지가 조성되면 2조2천억원의 경제효과와 1만6천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또 시는 지난 2018년 12월 인천공항, 인천상공회의소 등 관계 기관과 항공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 업무에 항공정비사업을 추가로 명시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도 지역 정치인과 협력해 추진 중이다.
MRO 인재 양성에도 나선다.
시는 MRO 단지 조성이 지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천산학융합원 내 교육훈련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시는 교육훈련센터에서 가장 기초적인 수준부터 미국 연방항공국(FAA)에서 항공정비 국제 인증을 취득할 수 있는 정비사 양성까지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인천산학융합원은 지난 1월 착공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공항은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매일 평균 1천여대의 항공기와 20여만명의 승객이 이용하지만 항공전문 정비단지가 없어 항공기 결항률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가 항공정비클러스터 등으로 항공정비산업 분야에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 지역균형발전 논리 극복이 최우선
공항경제권 조성에 가장 걸림돌은 지역균형발전 논리다. 공항경제권을 추진하려면 공항공사가 공항구역 밖에 지역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거점지구 지정에서 수도권을 배제하는 조항이 있다. 인천연구원 관계자는 “수도권 배제 조항을 개정하고 공항 인근지역을 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해 중앙정부에 의한 공항경제권 구상 추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공항경제권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공항경제권 구상을 실현하는데 효과적인 방식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국토부가 공항경제권 용역을 지난 2018년 12월 끝냈음에도 아직 까지 구체적인 구상 및 공항경제권 지정 절차 등을 발표하지 않아 공항경제권 특별법 제정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는 다른 지역과 협력, 특별법 제정을 적극 건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직접 발의하지 않으면 지역 정치인과 협력해 의원 발의로 법을 발의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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