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THE 클래식] 서양음악의 이해

지난 시간까지 바로크 음악을 알기 위해 바로크 시대의 정치적 사상적 배경, 바로크 시대의 건축 그리고 미술에 이르기까지 들여다봄으로써 바로크 음악이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확실히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크 시대를 지나 짧은 기간이지만 로코코 시대를 거쳐 우리가 일상적으로 클래식이라 말하는 고전파 시대로 연결이 된다. 오늘은 이 음악사로의 여행을 잠깐 접어두고 우리가 아무 어려움 없이 접하고 다루고 즐기고 있는 음악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음악은 먹고 마시는 것’ 즉 ‘음악은 생활이다’라고 이미 정의한 바 있다.

필자가 18여 년 간 유럽에서 공부하고 활동 할 때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고민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할 때 유럽에서 꽤나 알려진 지휘자들과 교수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필자에게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왜 대부분 한국 연주자들은 음악을 한국식으로 연주 하지? 이건 우리 음악인데”. 독일어 동시통역을 하고, 오스트리아 기독음악 총감독으로 활동하던 필자로부터 이 점에 대해 무언가 속 시원한 답변을 기대한 듯하다. 이 질문을 반복해서 들을 때 마다 필자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내 자신에게 아주 오랜 기간 되묻고 또 되묻고, 어느 순간 이 질문은 필자에게 있어서 너무도 큰 고민이 되어 있었다. 얼마나 오랜 기간을 고민하고 내 자신에게 질문 했을까? 어느 순간 필자는 “아, 이거구나!” 하고, 희미하게 보여 지는 답을 찾은 듯 했다. 필자가 태어나서부터 자연스레 접해오던 음악은 바로 서양음악이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친구 중, 동양음악에 심취하여 이미 한국의 국립국악원에서 수년간 한국음악을 유학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자랑스럽게 연주하던 아리랑 그리고 필자의 아리랑 연주에 맞춰 어깨를 어색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온몸으로 표현하던 세마치장단. 필자는 그 친구에게 “왜 한국음악을 너희 음악처럼 표현해?”라고 질문하며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 이들의 핏속에는 왈츠가 흐르고, 우리의 핏속에는 배우지 않아도 굿거리, 세마치장단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 나라의 음악은 그 민족의 문화이자 생활인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언어가 필수가 아닐까? 언어를 알아야 그들과 소통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사상 나아가서는 시대정치를 이해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 문화를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언어에 문법이 있듯이 음악에도 문법이 있다. 박자 속 악센트, 리듬원리, 대위법, 선율과 화성 그리고 목적 점 등.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전공자로써 서양음악을 연주할 때, 위에 나열 된 언어에서 목적 점까지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습득하고 중요시 다뤄야 할 점들이라 생각한다. 음악은 결코 테크닉만으로 연주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그 민족의 문화이고 생활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승용 지휘자ㆍ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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