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임명 제청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면 신임 총장에 임명된다. 윤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현 문무일 총장보다 5기 아래다. 현직 고검장급 간부들보다도 연수원 기수 후배다. 윤 후보자가 취임하면 현직 검사장이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 현행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부터 도입됐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 수사팀장을 맡았다. 2013년 체포 절차 보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어 대구고검 검사 등 한직으로 좌천됐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 수사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팀장으로 참여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임명됐고, 2년 만에 검찰총장으로 또 한 번 발탁되게 됐다. 그런 만큼 야권에서의 시각은 곱지 않다. 코드 인사라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정치가 아닌 검찰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청와대는 윤 검사장 지명에 ‘개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기수 파괴를 통해 조직 혁신을 기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측면이 있다. 지나친 서열화가 검찰 조직의 경직성으로 연결되어 온 게 사실이다. ‘검사는 누구나 능력자’라는 획일화된 가치관을 고착시켜오기도 했다. 이번 발탁이 이런 검찰 조직에 활력과 개혁의 충격을 줄 계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
다만, 동전의 앞 뒷면처럼 봐야 할 구석이 있다. 총장의 선배 또는 동기 검사들의 집단 용퇴 관행이다. 윤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이번에도 많은 검찰 간부들이 떠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고검장·지검장 등 주요 보직에 있는 연수원 19~22기 전원 퇴임, 23기 검사장 중에 상당수 퇴임이라는 그림이 나돌고 있다. 이 역시 검찰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관행이다. 상급자의 연수원 기수를 퇴직의 절대 기준으로 삼는 그들만의 관습법이다.
과연 옳은지 따져 볼 때다. 안 그래도 정년까지 검사로 일하는 ‘평생 검사’가 부쩍 늘고 있다. 이들에 주어지는 역할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검 검사들로 구성된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전국 16곳까지 확대됐다. 고검 검사들이 직접 재수사를 하는 비율(직접경정률)도 33%까지 높아졌다. 이들을 보는 시각이 ‘승진 못 한 검사’에서 ‘경험 풍부한 검사’로 바뀌어 가고 있음이다. 그 영역을 ‘총장 탈락 검사’에까지 확대해봐야 할 때가 된듯 싶다.
잘 안다. 하루아침에 바뀔 문화가 아니다. 결국엔 이번에도 많은 검찰 간부들이 옷을 벗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대규모 물갈이 상황이기에 더 이런 제언을 해보는 것이다. 몇이라도 남아서 ‘용퇴 파괴’의 씨앗을 뿌려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평검사’라는 우리의 주장을 ‘검찰 실정 모르는 얘기’라고 외면만 해선 안 된다. ‘고검장 안 한 총장 발탁’을 ‘검찰 실정 모르는 인사’라고 비난만 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