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정신병원 안 돼”서구 주민들, 집단 반발

“아픈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아이가 매일 지나다니는 곳이거든요. 불안하죠.”

인천 서구 원당지구에 사는 주민 유란씨(36)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 손을 잡고 정신병원 입주 반대 집회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아이가 매일 다니는 길인데, 정신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니 솔직히 너무 무섭다”고 했다.

23일 오후 5시, 인천 서구 원당사거리 옆 공원에 원당지구 주민 100여명이 모였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에 정신병원이 입주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학원 밀집 건물과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이 병원은 총 186개 병상 규모로 1층은 외래 진료실이, 2~5층은 입원 환자를 위한 폐쇄 병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최남식씨(45)는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1층 음식점을 빼고는 전부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이라며 “평소 아이들끼리만 학원에 가는데, 매일 데려다 줄 수도 없고 불안하기만 하다”고 했다.

집회를 주도한 원당동문굿모닝힐 아파트 김정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주변에 초등학교만 3곳이고, 아파트에 학원까지 곳곳에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설이 있다”며 “도심 한복판에 폐쇄병동까지 갖춘 정신병원을 세우게 되면 아이들의 안전은 어디서 보장받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주민들이 정신병원 입주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이달 초로 현재 주민 5천여명이 병원 입주 반대 서명을 한 상태다.

서구보건소 측은 “의료기관 개설 허가서류는 시설이나 인력기준 등 의료법에서 정한 사항이 충족되면 허가 처리를 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지역 주민의 서면 및 전화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을 고려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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