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_처벌 강화 도로교통법 시행… 달라진 술문화] ‘심야 만취’ 비틀비틀 옛말… 주점가 너도나도 ‘술조심’

직장인 서둘러 귀가… 인천 번화가 한산
부득이 술자리 땐 소주 보다 순한 맥주
한잔 마셔도 면허정지 대리운전 신바람
알뜰 주당파는 아예 집 근처에서 술약속

“손님들이 ‘음주 단속이 강화돼서 술먹고 다니기 힘들다’면서 일찍 갔어요.”

인천 미추홀구 먹자골목에서 해물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43)는 텅 빈 가게 안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이씨는 “손님 중에 술 드시는 분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다 빨리 가야된다고 평소보다 일찍 가더라”며 “아침에도 단속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후 음주단속이 강화한 25일 자정, 인천지역 번화가에는 직장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4)는 “오시는 손님들마다 다 빨리 집에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도 문을 좀 일찍 닫으려한다”며 “원래 월요일엔 손님이 좀 없는 편이긴 한데, 오늘 유독 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구월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강모씨(47)는 “전에는 평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도수가 높은 술을 찾는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유독 맥주가 많이 나가는 것 같다”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 손해는 보겠지만, 음주운전이 뿌리뽑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확연히 느껴졌다.

서구에 살고 있는 김모씨(32)는 “개인적으로 음주단속 기준을 강화한 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가려고 전화번호도 미리 알아뒀다”고 했다.

남동구에 살고 있는 최모씨(45)도 “음주단속 강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집 앞에서 약속을 잡았다”며 “평소보다 조금 덜 먹긴 했지만, 아침 출근길은 집사람에게 부탁할 생각”이라고 했다.

거리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들은 “오늘 콜 수가 유독 많다”며 “아까 만난 손님은 맥주 1잔 마셨는데, 불안해서 운전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들은 “회사에서도 사람들의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원래 아침 대리운전은 잘 안하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아침에도 대기하는 기사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25일 자정부터 오전 8시께까지 진행한 출근길 일제단속에서 음주운전 12건을 적발했다.

특히 개정 전에는 훈방수치였던 혈중알코올농도 0.037%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운전자가 있었고, 개정 전 정지수치였지만 이날 취소 수치로 적발된 경우도 2건 있었다.

김경희·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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