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숙취 단속과 식당 걱정

경찰 조사를 중심으로 구성하면 이렇다. 박한이(40ㆍ삼성 라이온스)가 지난달 26일 저녁 술을 마셨다. 지인들과의 늦은 저녁 자리였다. 다음 날은 경기가 없는 ‘야구 공휴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자녀를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줬다. 돌아오던 길에 접촉 사고가 났다.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고 혈중 알코올농도 0.065%였다.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수치다. 박한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은퇴했다. ▶키 182㎝에 몸무게 91㎏다. 평생 운동으로 다져졌을 몸이다. 리처드 위드마크(스웨덴)가 고안한 혈중알코올농도 계산법이 있다. 소주 한 병에 들어 있는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나온다. 체중 70㎏인 성인 남성은 4시간 6분 걸린다. 60㎏인 여성의 경우는 6시간이 필요하다. 박한이의 알코올 분해 시간은 이보다 빨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걸렸다. 평범한 체형의 남자라면 모두 걸렸을 것이다. ▶음주운전 적발 기준이 강화됐다. 처벌 하한이 0.05%에서 0.03%로 낮춰졌다. 0.03%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나오는 수치다. 술을 입에 댔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옳다. 이걸 새삼 문제 삼고 나설 이는 없다. ‘주당’들에게 새로 생긴 근심은 다음날 출근길이다. 밤 술자리가 아침 음주 적발로 이어질 판이다. ‘폭탄주’에 걸쭉한 밤을 보냈다면 더 그렇다. 대리운전을 불러야 한다. ‘어젯밤 2만 원, 오늘 아침 2만 원’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걱정에 싸인 사람들이 있다. 일반 식당, 맥줏집 등 대중음식점 업주들이다. ‘퇴근길 쏘주 한 잔’ 문화가 급변할 수 있다. 그도 그럴게, 마시면 무조건 아침에 단속된다. 대대적인 출근길 단속까지 예고돼 있다. 출근길 대리운전 비용도 부담이다. 달리 방법이 없다. 저녁 자리에서 ‘술’을 없애거나 술이 있을법한 ‘저녁 자리’를 없애는 거다. ‘밥’만 팔아서 장사할 수 없을 텐데…. 상인들의 우려가 크다. ▶특정인 이름으로 불리는 법률이 있다. 일명 ○○○법, △△△법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특정인의 상황이 법률 개정의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다. 그만큼 여론의 질풍노도와 같은 지지가 깔려 있다. 이런 법률에 이견을 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윤창호 법’도 그렇다. 다른 소리를 했다가는 당장에 “그러면 또 다른 윤창호를 만들자는 것이냐”는 뭇매가 쏟아질 판이다. 식당 주인들이 그래서 더 힘들다. 장사 걱정에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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