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고라니 습격사건… 농작물 크기도 전에 ‘쑥대밭’

주민들 농작물 피해 호소
낮·밤 가리지 않고 텃밭 출몰 나무울타리·그물망 무용지물
비닐하우스 찢고 들어와 훼손 올해 추석때 과일출하 우려도
“市 개체수 조절 적극 나서야”

농작물을 훼손하는 고라니의 접근을 막고자 텃밭에 설치한 그물망. 채태병기자
농작물을 훼손하는 고라니의 접근을 막고자 텃밭에 설치한 그물망. 채태병기자

“무더위 속에서 금이야 옥이야 기른 농작물들을 광교산에서 내려온 고라니가 헤집어놓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최근 광교산 인근 텃밭에 ‘고라니 습격’이 활발해지면서 주민들이 농작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30일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의 한 농원. 이곳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A씨는 유기농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 먹고자 텃밭에 채소 등을 기르고 있는데, 최근 잦아진 고라니의 습격 탓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농원 뒤편에 있는 텃밭이 고라니가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낮에도 심심치 않게 텃밭을 얼쩡거리는 고라니를 볼 수 있다”며 “고라니 접근을 막고자 나무울타리와 그물망을 설치해놓긴 했지만, 작은 틈새만 있으면 머리부터 비집고 들어와 농작물을 훼손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인근 약 5천여㎡의 부지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멜론과 딸기 등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B씨 역시 최근 고라니가 자주 출몰하고 있다며 근심을 내보였다. B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물을 기르고 있는데 가끔 비닐이 찢어지거나 깜빡하고 출입문을 열어놓으면 고라니가 들어와 싹을 다 먹어치워 버려 수차례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오는 9월 추석에 맞춰 2차 수확을 하고자 비닐하우스에 새로 싹을 심어놓은 상황에서 고라니 피해를 보면 대목인 추석 때 과일 출하가 불가능할 것을 우려, 긴장의 끈을 조이며 하루에도 수차례 비닐하우스 상태 점검에 나서고 있다.

B씨는 “최근 텃밭에 심은 고구마와 땅콩 등이 움(싹)을 틔울 시기라 연한 잎을 먹으려는 고라니가 자주 내려오는 것 같다”며 “텃밭 주변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가 고라니 개체 수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고라니 피해와 관련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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