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3일 충북 제천에서 개학을 하루 앞둔 여고생이 투신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투신 원인이 ‘사이버불링’으로 밝혀졌다. 여고생의 유족은 “방학기간 친구와 다툼을 벌인 뒤 ‘개학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듣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은 스마트폰ㆍ컴퓨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욕, 비방, 따돌림, 협박 같은 괴롭힘이다. 가상공간을 뜻하는 ‘Cyber’와 약자를 괴롭힌다는 뜻의 ‘Bully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이어진다. 스마트폰이 일반화 되면서, 특히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학교폭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이버불링은 SNS, 카카오톡,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이용해 사이버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형태로 나타난다. 단체 채팅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 후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 단체방에 피해 대상을 초대 후 한꺼번에 모두 퇴장하는 ‘방폭’, 단체방에서 욕설 따위를 퍼부어 방을 나가게 되면 다시 초대해서 괴롭히는 ‘메신저(카톡) 감옥’ 등이 대표적이다. 친구의 데이터를 빼앗아 쓰는 ‘와이파이(Wifi) 셔틀’, 기프티콘 결제를 강요하는 ‘기프티콘·이모티콘 셔틀’, 스마트폰의 핫스팟을 켜도록 한 뒤 한꺼번에 접속해 데이터를 빨리 소진하게 만드는 ‘데이터 셔틀’ 같은 괴롭힘도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399만 명(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의 학생 중 약 5만 명(1.3%)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중 언어폭력이 3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집단따돌림(17.2%), 스토킹(11.8%), 사이버 괴롭힘(10.8%), 신체폭행(10%) 순이었다. 사이버불링은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피해자도 늘고 있다.
사이버불링의 큰 문제는 가해학생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가해 학생의 20.5%가 ‘장난이었다’고 답했다. ‘마음에 안 든다’(13.9%)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10.6%)라는 응답도 많았다. 가해 행위에 죄의식을 못 느끼면 폭력이 반복되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쉽게 전파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사이버불링은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다 보니 피해 사실을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피해 학생들은 ‘더 괴롭힘 당할까봐’ ‘소문이 날까봐’ 주변에 얘기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여겨 보면 여러 징후가 나타나므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사이버불링도 엄연한 폭력이다. 허술한 법망과 느슨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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