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行 줄이직… 전세버스 인력 유출 ‘속수무책’

주52시간 시행 여파… 급여 많은 시내버스로 갈아타
도내 1만2천여대 운행, 처우 열악해 충원도 어려워
조합 “전세버스 대란 우려” 정부·지자체에 대책 촉구

기업체 출퇴근 및 대학교 통학 등을 담당하는 경기도 내 전세버스 업체들이 심각한 인력 유출에 시달리고 있어 ‘전세버스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든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시내버스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적은 근무시간을 앞세워 대대적인 경력직 버스기사 채용에 나선 탓에 전세버스 업계가 속수무책으로 인력을 빼앗기고 있어서다.

7일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도내 전세버스 업체는 총 482곳으로 이들이 운행하는 전세버스는 1만2천여 대에 달한다. 도내 전세버스는 대규모 기업체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출퇴근과 서울ㆍ경기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대학생들의 등하굣길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세버스 업계가 거듭되는 버스기사 유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달부터 300인 이상 시내버스 사업장에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해당 업체들이 경력직 버스기사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길고, 급여가 적은 전세버스기사들의 연쇄 이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양의 A업체는 3년 전 전세버스 35대를 운행했으나 거듭되는 인력 유출로 현재 23대의 버스만 운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7명에 달하는 버스기사가 시내버스 업체로 이직하는 등 기업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전세버스 업계의 한 달 급여는 280만 원가량인데, 시내버스 업계는 약 350만 원 수준이라 단순 급여만 봐도 60만~70만 원 차이가 난다”며 “더욱이 주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되니 대부분 버스기사가 1년 정도 경력 쌓고 시내버스 업체로 이직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8대의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수원 B업체 역시 지난달 2명의 버스기사가 유출돼 버스 운행률을 유지하고자 급하게 인원을 모집 중이지만, 시내버스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탓에 버스기사 충원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시내버스처럼 전세버스도 출퇴근 및 통학 등을 담당하고 있어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며 “심각한 인력 유출로 전세버스 운행이 어려워져 교통 혼란이 빚어지기 전에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전세버스 업계는 관광ㆍ여행 목적의 버스 운행을 통한 이익 창출 목적이 강해 별도의 지원정책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며 “시민 이동권과 직결된 시내버스 업계의 인원 충원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 뒤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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