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내버스 틀어막다 보니 전세버스 흔들 / 업계 ‘주 52시간 폭탄 돌리기’ 연쇄 피해

본보 취재진이 전세버스 업계 고충을 들어왔다. 시내버스 업계 논란에 가리어졌던 목소리다. 안양의 한 업체는 전세버스 35대를 운영해왔다. 그러던 게 현재는 23대가 전부다. 이유는 버스 기사 유출이다. 올 들어서만 7명의 기사가 그만뒀다. 23대의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수원의 또 다른 업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동을 위한 최소 인원에 2명이 부족하다. 충원하려고 해도 오는 사람이 없다. 전세버스 업계가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안양 업체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전세버스 기사의 한 달 급여는 280만 원가량인데, 시내버스 업계는 350만 원 수준이다. 급여에서만 60만~70만 원 차이가 난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되니 대부분 (전세버스 기사)1년 정도 경력 쌓고 시내버스 업체로 이직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도내 482개 전세버스 업체 하소연이 대부분 이와 같다. 시내버스 업계와 갈수록 벌어지는 급여ㆍ복지 차이가 인력 유출의 직접적 원인이다.

시내버스 업계의 어려움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경영 근간을 흔들었다. 업체에는 과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경영압박이 우려됐다. 버스 기사 인력난에 미숙련 기사 채용도 부담이었다. 시내버스 기사들 역시 걱정이 컸다.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를 호소했다. 경영 지원 강화와 실질임금 보장이라는 절충안을 만들었다. 다소간의 해결책을 도출했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전세버스 업계로 튄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가 언급을 했다. “전세버스 업계는 관광ㆍ여행 목적의 버스 운행을 통한 이익 창출 목적이 강해 별도의 지원정책은 어려울 것이다.” ‘전세 버스는 관광버스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출근길 길거리를 달리는 전세버스에 탄 건 관광객이 아니다. 근로 현장으로 가는 근로자들이다. 아침저녁 등굣길이나 심야 학원가를 오가는 크고 작은 전세버스도 관광용이 아니다.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다. 상당 부분 공공성이 부여돼 있다. ‘전세버스=관광버스’라는 선입견은 그래서 옳지 않다. 더구나 도내에만 482개 업체가 등록된 산업군(群)이다. 도청 관계자도 답답하니 한 소리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보면 안 된다.

‘주 52시간 폭탄 돌리기’다. 처음엔 시내버스 업계에 떨어졌다. 꾸역꾸역 챙겼다. 그랬더니 전세버스 업계로 옮아갔다. 시내버스 업계가 받았던 그 폭탄 그대로다. 요즘 시내버스 기사들의 미숙련 사고가 빈발한다. 기어 조작을 손님이 해주고, 출입문 조작 실수로 손님 팔이 끼고, 노선을 잘 못 봐 역주행한다. 이런 ‘사고 폭탄’이 전세버스에서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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