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우정노동조합이 9일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이동호 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앞으로 집배원 과로사와 관련해 개선하겠다고 했고, 파업시 국민 불편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의 중재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총파업을 예고했던 것은 집배원들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우정국 노조의 파업 철회로 사상 초유의 우편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파업 철회를 이끈 중재안은 주말 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와 노조가 교섭을 진행한 내용이다. 토요 업무를 대신할 위탁 택배원 750명을 포함해 집배 인력 988명 증원, 2020년 이후 농어촌 지역부터 주 5일제 시행, 우체국 예금 수익을 국고로 귀속시키지 않고 우편 사업에 쓰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토요 택배 폐지 등 일부 노조 주장은 중재안에서 빠졌다. 교섭 주체 간 양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행이다. 노조 측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사실 우정노조 파업 결의를 보는 일반 국민의 시각은 다른 노조에서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우선 파업 결의의 출발점에 대한 이해가 상당 부분 있었다. 노조가 밝혔듯이 이번 파업 결의의 직접 원인은 집배원들의 잇단 과로사다. 올해만 9명의 집배원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사망한 집배원이 모두 101명이다. 열악한 노동 여건이 부른 결과다.
자료에 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이 2천745시간(2017년 기준)이다. 한국인 임금노동자 평균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천763시간보다는 982시간이나 많다. 한해 10여 명, 5년간 100여 명이 사망한 게 우연한 통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우편배달 물량을 줄일 수도 없다. 결국, 인력을 증원하는 것 외에는 수가 없다. 이걸 해달라는 요구가 이번 갈등의 출발이었다.
근래 각종 파업 투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많다. 건설 현장의 먹거리를 두고 벌이는 양대 건설 노조 간의 힘겨루기, 사용자 측에 대한 무자비한 위력 행사를 보인 극렬 행동, 과도한 임금을 요구하며 벌이는 이기주의적 파업 등이 그런 류다. 하지만, 우정국 노조는 많이 달랐다. 그들의 주장대로 ‘죽지 않게 해달라’는 기본적 인권에 대한 요구다. 국민도 그렇게 생각했다.
정부와 우정국 본부의 신뢰 있는 실천이 꼭 필요하다. 공공부문 인력 증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2022년까지 17만4천명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집배원 증원은 당연히 그 틀 속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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