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과 경기도 부천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한 사고는 허술한 안전관리가 피해를 키웠다. 두 사고 모두 안전대책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지난 4일,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잠원동 철거건물 현장에선 공사 진행상황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감리자가 제 역할을 못했다. 현장 감리자는 철거업체 지인으로 경험도 크게 부족했다. 지지대(잭 서포트) 설치 등 안전조치 미흡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관할 서초구청은 사전 심의가 끝난 뒤 사후 관리에 손을 놓았다. 철거업체가 자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기본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업체는 철거 전에 반드시 설치해야 할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았고, 철거 도중에 나온 콘크리트 잔해도 치우지 않았다. 잔해물이 쌓이면 하중이 더해져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 건물이 도로변에 있음에도 얇은 가림막만 설치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6일 부천시 괴안동 연립주택 철거 현장에선 공사용 가림막이 쓰러져 차량 2대가 파손됐다. 경찰은 철거작업 중 콘크리트 잔해가 가림막 쪽으로 쏠리면서 가림막 지지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로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차 안에 사람이 없었다. 이 도로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로 이용되는 곳인데 주말 오전이라 지나던 행인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부천에는 이번에 사고가 난 3층 연립주택 외에도 철거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 47곳이나 된다. 수원도 도심 곳곳이 재개발로 철거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마다 노후 건물이 많고 철거공사도 잦아 안전사고가 어디서 또 발생할 지 우려된다.
비슷한 사고가 자꾸 되풀이되는 것은 업계의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이다. 철거업은 특히 안전사고 위험이 큰데 기본수칙조차 지키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철거를 해 사고가 종종 일어났다. 현행 건축법상 철거가 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철거를 막을 법적 권한도 없었다.
내년 5월부터는 지자체의 안전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철거 허가제’가 시행된다. 그러나 지하층을 포함해 5층 이하 건물은 안전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5층이 넘는 건물만 ‘철거 허가제’를 운영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 구도심 재개발 현장은 5층 이하도 상당히 많다. 도심에 있거나 인도에서 가까운 건물이라면 층수에 관계 없이 안전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철거 현장의 안전조치를 의무화 하는 법과 제도가 허술해선 안된다. 사고 책임자 처벌도 필요하지만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이 더 중요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