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불합리한 지시 등 부조리한 직장문화 퇴출 기대”
직장갑질 119는 한 달간 대표이사 갑질 집중 신고기간 운영
“오늘부터 말과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죠…시행 초기에 본보기로 걸리면 국물도 없습니다”
폭언ㆍ폭행ㆍ불합리한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 날인 16일. 관리자들은 혹시나 ‘본보기’로 찍히진 않을까 언행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직원들은 부조리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기지역의 한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A씨(52)는 이날 평소와 달리 피곤한 몸을 이끌면서도 직원들의 인사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일일이 답해줬다고 밝혔다. A씨는 “평소 같았으면 귀찮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른 직원들의 인사를 받지 않았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며 “혹여나 후배 직원들의 기분이 상할까 업무 시작 전 아침회의도 5분 만에 끝냈다”고 말했다.
도내 중소기업에서 부장직을 맡은 B씨(45) 역시 농담으로 던진 말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철퇴로 돌아올까 노심초사한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B씨는 “동료나 후배가 기분 나쁠 수 있는 행위를 최대한 하지 않고자 노력 중이긴 하지만, 반대로 후배가 말을 안 들어 스트레스를 줄 때 선배는 그냥 참고만 있어야 하는 거냐”라며 “직장 문화 개선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한쪽의 입장만 대변하는 법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수원의 한 전자제품 제조회사에서 근무 중인 C씨(25)는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직장 내 불합리한 지시가 줄어들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C씨는 이달 초 사장으로부터 “회사 주소로 냉동식품을 주문했으니 택배로 받아 냉장고에 넣어놓고 퇴근해라”는 업무 외 지시를 받은 적이 있어 더욱 기대하고 있다. C씨는 “선배 직원들이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적인 일을 시킬 때마다 짜증이 치솟았는데 이제 해결책이 마련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불합리한 지시가 내려오면 당당하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으니 주의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관련 시민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정법 시행 전부터 직장 내 부조리 타파를 위해 힘써온 ‘직장갑질119’는 한 달간 ‘대표이사 갑질 집중 신고기간’으로 정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지키지 않는 사장들을 제보받겠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가 사용자에게 신고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사장의 직접적인 갑질은 막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 외 지시를 하거나 노동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개정법 시행을 통해 ‘직장 내 갑질’이 근절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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