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후반. 그때 이미 반공(反共)을 넘었다. 멸공(滅共)이 국가 목표로 제시됐다. 멸망할 ‘滅’(멸)자 아닌가. 북한을 멸망시키자는 구호다. 아이들도 그렇게 학습됐다. 곳곳에서 멸공 웅변대회가 열렸다. ‘북한 욕하기 대회’였다. 뭘 안다고, 그 어린 애들이 책상을 치며 분노했다. 간혹, 손가락을 깨물어 ‘멸공’을 쓰는 애들도 있었다. 오죽하면 대회에 앞서 ‘혈서 금지’라는 안내가 붙기도 했다. 그 시절의 ‘빨갱이’다. ▶2019년에도 남은 듯하다. 간혹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로 몬다. 3ㆍ1절 기념사 때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을 언급했다. 그러자 우파 논객-차명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인터넷에 썼다. “그런 놈-김원봉-을 국군 창설자라고?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고 뭐냐?” “(한국당)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 참, 언제적 빨갱이론인가. 사회과학 서적 좀 읽었다는 사람인데, 저런 말장난을 하고 있다. ▶2019년 7월7일.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반일이 반대로 비정상이다.” 이병태 교수가 말했다. “국교정상화를 했으면 친하게 지내야 평화롭고 공동번영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끔찍하다. 처참하다. 이런 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가 친일 매국노로 몰렸다. 1960년 충북 출생, 서울대 졸업, 카이스트 학장…. 특별한 이력이 없다. 친일파로 볼 흔적은 더 없다. 그런데 친일파로 난도질당한다. ▶‘토착 왜구’라는 말이 있다. ‘우리 땅에서 일본 왜구를 도와 반역행위를 한 자’란 뜻이다. ‘나베’란 말도 있다. 아베 일본 총리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합성어다. 일본과 친해지자는 사람들을 주로 향하는 말들이다. 많은 경우 그 내용은 친일(親日)을 언급한 수준이다. 일본과 상호 우호 관계를 강조한 상식적 주장이다. 그런데도 댓글은 나라 팔아먹을 친일파(親日派)로 몰아간다. 적(敵) 없는 공간에서의 말장난이다. ▶멸공의 이념은 이 시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빨갱이가 아니다. 대부분 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챙길 이익이 있는 사람들이다. 친일파는 과거의 역사다. 현재의 친일은 친일파와 무관하다. 누구라도 그 차이를 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한다. 역시 그래서 챙길 이익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때문에 국력이 흐트러진다. 일본이 2차 경제 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인데….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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